-
비 갠 3월 오후, 한 뼘 남짓 솟아오른 소리쟁이의 아우성이 대단합니다. 나 홀로 즐겁고 흥겨운 식물. 어쩌면 당연한 현상입니다. 아직 소리쟁이와 장단을 맞출 식물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홀로 즐거울 수밖에. 아니라고요? 무릎 꿇고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이 식물이 잎을 틔워 계절을 재촉할 즈음 뭇 식물은 그제야 기지개를 켭니다. 이른 봄엔 시간의 변화를 알리고, 한여름엔 곤충의 보금자리로, 가을엔 영근 씨앗을 터뜨려 교향악을 연주하는 저 놀라운 능력! 한 시대를 풍미하는 소리꾼이 부럽지 않습니다.소리쟁이는 조금 억울한(?) 식물입니다.
칼럼
강병로
2023.03.14
-
지난달 정선에선 영화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해발 1381m 가리왕산 정상에서 젊은 남성이 여인에게 청혼 프러포즈를 했다. 커플은 풍선과 화환으로 장식한 전용 케이블카에 탑승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동해시의 한 해안가 마을엔 이색적인 카페가 문을 열었다. 묵호 해풍에 명태를 말리는 덕장에 커피 판매장이 선을 보였다. 화단엔 조경수와 꽃을 심고 루프탑을 꾸몄다. 덕장이라는 생소한 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시설도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도내 지역마다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프로그램이 줄을 잇는다. 정선과 동해뿐만이 아니다. 강릉에선
칼럼
이수영
2023.03.13
-
주말이면 서울 광화문에는 태극기가 휘날린다. 이 태극기는 관공서에 걸려있는 것이 아니다. 보수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흔들고 있는 태극기다. 보수집회에는 태극기 외에도 성조기도 등장한다. 굳건한 한·미 동맹으로 북한을 물리치자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들은 미국이 6·25 전쟁에서 함께 피를 흘린 혈맹이자,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게 한 은인과도 같은 존재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태극기와 함께 휘날리는 성조기는 보는 이에 따라서는 불편한 일이기도 하다.그런데 느닷없이 일장기가 등장했다. 대한민국 행정중심도시 세종시에 일장기가 펄럭였다. 그
칼럼
천남수
2023.03.11
-
우리 강원도는 9월 22일부터 10월 22일까지 31일간 열리는 2023강원세계산림엑스포를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강원도의 4개 시군, 고성군·속초시·인제군·양양군에서 ‘세계, 인류의 미래, 산림에서 찾는다’를 주제로 개최되는 이번 엑스포는 대한민국의 허파, 산림의 도시 강원에서 세계 최초로 산림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메가이벤트이다. 2023 강원세계산림엑스포의 성공개최를 통해 ‘강원산림수도의 레거시를 만들자’는 취지를 말씀드리고자 한다.산림엑스포는 132만명의 관람객 유치를 목표로 생산유발 3257억 원, 부가가치
칼럼
이기찬
2023.03.09
-
강릉은 사계절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삭막한 월동기인 겨울철에도 대관령에 눈이 쌓이면 설경 장관을 연출한다. 살포시 눈이 덮인 경포호반은 또 얼마나 황홀한가. 뉘엿뉘엿 노을이 지고, 어둠이 스며드는 저녁 무렵, 대관령에서 강릉을 내려본다. 동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불야성 야경이 일품이다. 이제 곧 경포호반에 벚꽃이 만개하면 눈처럼 흰 꽃비가 ‘관동팔경 제일경’을 덮을 것이다. 여기가 바로 ‘제일강릉 제일강산(第一江陵 第一江山)’이다.‘강원도(江原道)’ 명칭이 ‘강릉(江陵)’의 ‘강(江)’과 ‘원주(原州)’의 ‘원(原)’에서 한 글자
칼럼
김기영
2023.03.08
-
봄바람은 어떤 빛깔일까요? 이 질문을 받는 순간, 멈칫했습니다. 결이 아니고 색(色)? 그러다 이내 ‘바람에도 색이 있겠구나’ 긍정했지요. 사실, 바람의 색은 변덕스러운 봄날씨만큼 수만가지입니다.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며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지요. 풀과 꽃, 나무, 땅, 하늘, 대기가 그때그때 빚어낸 수채화 같은 결과 색! 그중 으뜸은 단연 ‘꽃’에서 이는 바람일 겁니다. 잔설이 녹기 시작하면서 들과 산은 연두색으로 치장합니다. 꽃다지, 냉이, 엉겅퀴, 지칭개, 냉이에서부터 생강나무, 산수유, 매화, 버드나무 등이 색조를 달리하며
칼럼
강병로
2023.03.07
-
매카시즘은 1950년대 초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매카시즘의 광풍은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의 “미국 국무성 안에는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발언이 발단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는 1950년 한국전쟁 등으로 미국과 소련이 대치하는 냉전시대가 도래했다. 공산주의 확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던 미국은 사회 곳곳에 암약하고 있는 공산주의자를 색출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동조했다. 불과 4년간에 걸친 매카시 광풍으로 1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구속되거나 누명을 쓴 채 현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들은 주로 미국
칼럼
천남수
2023.03.04
-
돌나물 물김치! 오래된 봄이 머문 듯 고색창연한 맛입니다. 견줄만한 음식도 마땅히 찾기 어렵지요. 같은 재료를 썼어도 이 집 저 집 식감이 다르고 풍미가 다채롭습니다. 그 이유는? 딱 부러지게 설명할 순 없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지요. 명료합니다. 소금·파·마늘·생강·고춧가루 양념에 찹쌀풀을 넣어 하루 이틀 익히면 놀라운 맛의 마법이 펼쳐집니다. 까칠한 입맛을 단번에 되살리는 기적 같은 반전! 그러나 먹는 법은 단출합니다. 국수를 말거나 찬밥, 더운밥 아무렇게 넣어 후루룩∼. 봄날 하루가 가뿐하게 넘어가지요. 생채 그대로 초고추장에
칼럼
강병로
2023.02.28
-
얼마 전 국내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정월대보름제가 삼척에서 열렸다.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무려 4년 만에 다시 삼척 정월대보름제가 열리자, 축제장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사흘 내내 북적였다. 시민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척, 지인들과 함께 그동안 묵혀둔 서로 간의 안부를 묻고 준비된 공연과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며 회포를 풀었다.우리 대표 명절인 대보름제는 한 해의 첫 보름이자, 보름달이 뜨는 음력 1월 15일 열린다. 한자로는 상원(上元)으로, 달의 움직임을 표준으로 삼아 음력을 사용하는 농경 사회에서는 첫 보름달이 뜨는 대보름날
칼럼
구정민
2023.02.27
-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그가 뇌물을 받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결국 전직 대통령은 구속되고 부패 정치인이 됐다. 그를 향한 국민적 지지는 물거품이 됐다. 그리고 극우 성향의 야당 대통령이 당선됐다. 신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을 수사한 검사를 막강한 권한을 쥔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우리와 닮은 이 얘기는 페트라 코스타 감독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금속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노동자와 서민들의 전폭적인
칼럼
천남수
2023.02.25
-
출발 전부터 힘든 연수를 암시하는 듯하다. 탑승 도중 코로나 유증상자의 탑승 기록으로 인해 항공기 방역 조치를 하느라 지연 출발이 이뤄져서 난리다. 연착하고도 버스 기사님 착오로 숙소를 찾지 못해 도로를 헤매다가 자정이 다 되어서야 여정의 짐을 풀었다. 지난 달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6박 7일간 다녀온 일본 연수는 이스미시 방문으로 시작했다. 오타히로시 시장, 우에지마 부시장 그리고 교육장까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셨다. 인구감소 대책과 이주 정책 대책, 매력 있는 마을 만들기 정책 등 우리 고성과 일본 현지의 정책들을 대비
칼럼
용광열
2023.02.23
-
스스로를 ‘경제부 기자’로 소개한지 어느덧 1년, 아직도 ‘기자’라는 직업이 ‘윤슬’처럼 잔잔히 빛나 보이면서도 낯설 때가 많다.“관심 꺼주시는 게 더 먹고살기 편해요. 기사 나가면 영업이 더 힘들어요” 건넸던 명함을 되돌려 받으며 붕어빵집 사장님께 들은 ‘서운함’이다. “난 가방끈이 짧아 몰라. 하루벌어 먹고살기 바쁜데 인터뷰한다고 뭐가 달라져” 시장 상인 할머님께 들은 ‘미안함’이다. “자식한테 물려줄 건 이거 하난데 월세 힘들어, 다음달에 가게 내놔요” 치킨집 사장님께 들은 ‘슬픔’이다. “고물가로 반찬 줄이고 직원도 내보냈어
칼럼
황선우
2023.02.22
-
연령대에 따라 주로 발생하는 암 발생률에는 차이가 있다. 위암과 대장암만 살펴보면 15세부터 34세 연령대에서는 대장암이 많이 발생하는 암 5위다. 이후 35세부터 64세 연령대에서 암 발생 1위는 위암이고 2위가 대장암이다. 65세 이상에서는 3위, 4위가 각각 위암, 대장암이다.통계적으로 살펴보면 성별간 차이도 확인할 수 있다. 남자는 45세에서 64세까지는 위암이 가장 많이 발생했고, 여자는 69세 이후에서 대장암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안타깝게도 조기 위암 경우의 80% 정도는 증상이 없다. 이미 진행된 상태가 돼서야 증상이
칼럼
홍종삼
2023.02.22
-
‘강원특별법’ 특례 반영 법률 조문(안)의 내용을 살펴보니 환경, 산림, 국방, 농지 등 4대 핵심규제에 대한 특례와 산업 및 지역개발에 관한 특례, 그리고 행정적·재정적 권한 이양과 교육자치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음을 확인했다. 물론 열악한 강원도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다방면에서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강원도의 희망을 담고 있음이다.하지만 특례 발굴에 있어 규제에 대한 권한을 가져오는 것도 좋지만 강원도만의 특색을 담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지역적 특색을 감안하면 산업체에서 투자할 만한 매력이 없는 지역, 강원도이다. 투자
칼럼
배숙경
2023.02.21
-
바람이 상큼하다고, 계곡물이 넘친다고, 산과 들에 연두색 물결이 일렁인다고 봄?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맛의 봄’은 그렇게 쉬이 오지 않습니다. 손끝에서 시작해 눈, 코, 입을 거쳐 오장육부가 오롯이 반응해야 비로소 봄입니다. 까탈스럽다구요? 그러나 어찌합니까. ‘맛의 봄’이어야 비탈지고 가파른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으니…. 나른한 인생길 곧추세워 떠나는 봄이니 단단히 채비해야 합니다. 묵은 뿌리에서 돋는 달래! 새순은 날 것 그대로 싱싱합니다. 뽀얀 속살에서 솟은 연두는 매혹적이기까지 하지요. 동토의 계절에서 생명을 잉태한
칼럼
강병로
2023.02.21
-
당총재는 과거 유력 정치인을 중심으로 정당이 꾸려지던 시절에 있었던 직함이다. 물론 요즘 정당에서 당총재라는 자리는 사라졌다. 그런데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현직 대통령을 집권 여당의 명예 당대표로 추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과정에서 ‘윤심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이번에는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비교적 ‘당정 분리’ 원칙을 지켜왔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그래서 당총재 얘기를 소환했다.1979년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등 민주화 운동에 대한 탄압이 절
칼럼
천남수
2023.02.18
-
하루하루가 힘겹고 혼란스럽습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내일은 또 어떤 칼날이 몸을 비집고 들어올지 알 수 없습니다. 구밀복검(口蜜腹劍)! 이 한마디면 요즘 세상이 이해되지 않을까요? 중상모략이 판치는 세상을 등지며 귀거래사를 읊은 도연명은 “전원에 돌아가 자연에 묻혀 살리라”고 다짐했지요. 그러나 그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잔 들어 외로운 그림자에게 권하노라’는 시어에서 보듯 전원생활은 무료하고 고독했으며 잠 못 드는 밤이 많았지요. ‘잡시’에서 그는 ‘세월은 날 버리고 가는데/나는 소원을 이루지 못해/..
칼럼
강병로
2023.02.14
-
한국예총 강원도연합회에서 실행한 ‘2021 강원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회원은 4140명, 예술활동 증명을 마친 예술인은 2631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활동 증명 완료 인원 중 정회원이 아닌 인원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며, 정회원이 아니거나 활동 증명이 되지 않은 문화예술인을 고려하면 실제 도내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그러나, 문화예술인의 현황에 비해 강원도 문화예술인에 대한 복지증진 정책은 그동안 활발히 논의되어 오지 못했습니다. ‘문화예술진흥법’,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칼럼
심오섭
2023.02.14
-
스물두살에 만났던 남자친구는 강원도 원주가 고향이었다. “거기 ‘리’도 있겠다”, “영화관은 있어?”, “부산 친구가 나보고 멀리서 왔다고”, “서울이랑 한시간 거리인데.” 서울의 한 찌갯집이 아니라 강원도 시골 마을 정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첫 만남이었지만, 10년 지기 친구와의 수다처럼 물 흐르듯 시간이 가고 있었다. 강원도 철원에서 나고 자란 나는 그 친구와 그렇게 ‘훅’ 가까워졌었나 보다.‘출신’, 특히 ‘동향’은 짧은 시간에도 심적 거리를 가깝게 한다. 인구가 많지 않은 강원도 출신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무튼
칼럼
이설화
2023.02.13
-
아무리 생각해도 6년 근무한 퇴직금이 50억 원은 아니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사실이 되어 버렸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은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 원의 뇌물과 알선수재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 원은 사회통념 상 이례적으로 과도하나, 이 돈이 곽 전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은 분노를 넘어 혼돈의 상태에 빠졌다.지난해 12월 가수이자 배우인 이승기 소속사였던 후크엔터테인먼트는 이승기에게
칼럼
천남수
2023.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