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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다녀온 뒤라 중국 소식에 민감해진다. 역시 중국은 인문학적 교양과 지식의 산실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늘 관심의 적이었지만, 특히 최근 중국이 권력 투쟁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눈에 들어온다.남자 호칭 '시엔성(先生)' 권력 투쟁 얘기를 하기 전에 호칭 얘기를 먼저 해 보자. '통즈(同志·동지)'는 문화대혁명을 겪은 50대의 중국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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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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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늘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지만, 다시 그 일상을 그리워한다. 때로 한 치의 빈틈없이 돌아오는 일상에 대해 못견뎌 하며, 일탈을 도모한다. 어느 가정에선가, 오늘도 가장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는 출근시간을 맞추기 위해 허겁지겁 현관을 나설테고, 아내는 그보다 더 바쁜 마음으로 가장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의 등교길을 재촉할 것이다. 그리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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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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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무엇에 열광하는가? 중앙 정치권은 '패러디'에 열광하고, 그 열광을 또 다시 열광하고. 또는 신행정수도에 열광하고 또 다시 그 열광에 열광하고. 대중은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 열광하고, 그 열광에 또 열광하고. 그러므로 다시 묻는다. 지금 우리는 무엇에 '열광해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에 열광하는?”?대답을 얻기 위해 잠시 지구 반대편 칠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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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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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미헬스는 모든 조직은 과두화(寡頭化)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즉, 권력 핵심부의 몇몇 사람들에 의해 권력이 독점된다는 것이다. 소위 '실세'들이 마치 통뼈 모양 이익 있는 곳을 다 찾아다니며 실리를 챙긴다는 풍토 말이다. 일례를 들면 선거전에서 승리를 쟁취한 클린턴팀이 권력을 맛보더니, 다음과 같은 짓을 했다. 붐비는 식당에 찾아가 자리를 내놓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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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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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씨의 죽음은 우리에게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도대체 이런 죽음이 어디에 또 있는가. 이 경우 자살 따위는 얘기의 대상에 놓아두지 말자. 누구나 어린 시절에 또는 성장하면서 죽음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예컨대 이웃 어른이 돌아가셨다든가, 일가친척 중 한 사람이, 너무나도 가까운 지인이, 친구나 형제가, 그리고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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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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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따지기 전에 레토릭이 근사해 밑줄부터 긋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20 세기를 벗어나기 위하여'의 다음과 같은 구절이 그러하다.“이데올로기가 포착하거나 합리화시킬 수 없는 모든 것은 말라비틀어지고, 부스러지고, 끝내는 지워진다. 이것이야말로 이데올로기가 우리를 그토록 무감각하고, 눈멀고, 귀먹고, 멍청한 존재로 만드는 이유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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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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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가요 영화 등이 주축이 된 한국의 대중문화가 지난 세기 말부터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폭발적 인기를 얻는 현상을 '한류(韓流)'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옛날식으로 말해, 그는 간첩이다. 그러나 이 말은 틀렸다. 금강산으로 용천으로 사람과 물자가 엄청나게 건너가는 상황에서 '간첩'들 스스로가 이미 한류에 물들어 있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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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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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지배 세력들이 투표를 통해 정치 중심에서 급격히 사라지고 새로운 메시지를 든 세대가 등장했다. 세계 정치의 전반적 상황과는 달리 언제나 오른 쪽으로 편향된 우리였기에 이 같은 정치적 중심 대이동은 우리를 지배해 온 정치사상의 혁명을 보는 느낌을 준다. 지난 2000년의 남아메리카를 볼 때 느끼던 바로 그 기분 같은. 그 때 중남미는 좌파 물결이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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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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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월부터 '강원의 육담'이란 성 담론(性談論) 기획물을 연재해 오고 있다. 연재하면서 독자와 함께 즐거움을 맛보리라 믿었고, 실제로 적지 않은 호응이 있었다. 강원도에 이렇게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그동안 어디서 돌아다니고 있었는가 하는 질문들, 신문에 이런 글이 나와도 좋은가 하며 놀라시는 분들, 그리고 가장 많은 반응은 재미있다,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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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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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묘한 징크스도 다 있다. 영북지역의 산불은 4년주기로, 그것도 선거가 있는 해에 발생하니 굿판이라도 벌여야 할 모양이다. 추하고 어지러운 요즘의 정치 풍토속에 막가는 총선정국이고 보니 재해마저 그 소용돌이를 타고 기승을 부리는 듯싶다. 10일 속초시 노학동 변전소 인근에서 발화한 산불이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청대산 기슭 6개 마을을 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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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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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그 때 중당(中唐) 시인 위응물(韋應物 ; 737∼?)의 시를 읽고 있었지요. "인적 없는 물가엔/고운 꽃 홀로 피고/깊은 숲 속 나무에는/꾀꼬리가 우네/비를 머금은 봄 조수/저녁 되자 더 빠른데…." '저주서간( 州西澗)'이란 시인데, 사실 시의 내용도 그러하지만 특히 시인에게 인간적 매력을 더 느껴 읽던 중이었어요. 위응물은 백성의 질고에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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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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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드는 정치, 부패정치 근절을 꼭 이루겠다는 의지로 국회정치개혁특위가 난산을 거듭하며 정치관련 법안을 처리,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르면 4월 17대 총선부터는 유권자들이 돈을 받는 행위와 불법선거가 크게 줄어들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각 시·군별로 50인 규모의 민간인 선거부정감시단과 사이버 선거부정감시단이 활동하고, 일반유권자가 불법선거운동을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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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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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기억을 더듬으며 고향 가는 그 길을 잊지 못하고 있는 시인은 세월의 끝자락을 붙들고 안타까워했다. "하얀 눈이 꽁꽁 얼은 것처럼 내 마음속도 두툼하게 얼어붙고 있습니다/ 그 고향땅 양지바른 산 산까치 울어대고/ 눈감아도 갈수 있는 그길 눈에 들어옵니다/ 세월의 흔적 서리 얹힌 형제들의 주름꽃핀 그 환한 얼굴들이 가슴에 피어납니다/ 점점 멀어지는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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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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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 그 유명한 도올 김용옥(金容沃) 선생께서 '논어 이야기'를 녹화할 때 한 노인이 앞자리에 앉아 여러 차례 기침을 했것다. 몇 번 참다가 도올 선생께서 마침내 한 말씀했다. "방송 전에 앞자리에 앉지 말라 했는데 왜 또 앉았습니까?!" 김용옥의 신경질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노인이 소송을 내자 도올은 노인을 세 차례 찾아가 깊이 사과하여 결국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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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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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 한·일 편집인 세미나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의 시각에 엄청난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매년 양국 편집인협회가 번갈아 개최하는 언론인 교류 모임의 올해 테마는 바로 '북한을 바라보는 한·일의 시각'이었다. 2차 6자 회담이 예상되는 시기에 열린 이 세미나에서 열띤 토론이 전개됐다. 이 날 요미우리신문의 야마오카 논설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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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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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묘녹작해오독(豆苗鹿雀解烏毒) / 애엽작함탈연소(艾葉雀銜奪燕巢) / 조수불증간본초(鳥獸不曾看木草) / 보지약성시수교(譜知藥性是誰敎)" "사슴은 콩의 싹을 먹어 오두(烏頭)의 독을 해독하고 / 참새들은 쑥 잎 냄새로 제비 둥지를 빼앗는다 / 새와 짐승들은 약초를 본 적이 없음에도 / 약의 성질을 아나니, 누가 가르쳐 주었는가."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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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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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는 사라(Sarah)를 아브라함의 이복누이였다가 그의 아내가 된 여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갈대아 우르를 떠나 죽는 날까지 파란만장한 긴 유랑 길에 아브라함의 반려자가 됐던 여인이다. 그녀는 경건한 아내의 모범이며 신앙인의 표본이다. 그러나 성서 밖에서 사라는 그렇지 않다. 1959년 9월, 그때 초등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이라면 수해의연금을 들고 등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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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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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댐 반대 시위가 경기도계(道界)를 넘어 철원으로 번지는 동안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당사자도 잠자코 있던 그날,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기자회견을 빌어 한탄강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 이유를 놓고 며칠 째 시중의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경기도 댐'을 놓고 왜 철원사람들이 시위를 하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많다. 광화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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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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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만해 한용운 선사를 기리는 제5회 만해축전이 성대히 열리고 또 아름답게 끝났다. 만해마을이 새로 만들어지고 처음 열린 이번 축전을 만일 만해가 보았다면 그야말로 '언어도단(言語道斷)하고 심행처멸(心行處滅)한 자리'라며 놀라고 감사하고 행복해했을 것이다. 이런 자리를 누가 만들었는지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만해마을에 세워진 '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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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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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現代家)의 사람들이 요즘 국민을 '슬프게 했다, 울리게 했다'를 하고 있다.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죽음은 참으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다. 그의 '하이칼라' 헤어스타일이나 투박한 안경테, 성큼성큼 걷는 걸음걸이, 청년 같은 말투는 재벌 총수로서 좀 안 어울린다는 사람이 많았다. 대북사업의 아슬아슬한 곡예를 보면서도 그가 선친의 유업을 이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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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