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 승인 2021.07.29
- 19면
연례적으로 반복되는 농산물 산지폐기가 올해도 발생했습니다. 화천지역 농민들이 정성들여 키운 애호박을 밭에서 트랙터로 갈아엎은 것입니다. 애호박 산지폐기가 3년만에 되풀이 된 것은 생산량이 크게 는 반면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단체급식 수요가 급감한데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 등의 판매 부진으로 소비절벽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애호박 시장 반입량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데 비해 가격은 평년 대비 40% 이상 폭락하자 전국 최대 주산지인 화천에서 200t이 넘는 물량을 산지 폐기한 것입니다.
정부와 농협이 산지폐기한 애호박에 대해 8㎏ 1상자 당 5200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하지만 사실상 겨우 손해를 면하는 정도라고 합니다. 지역 농민들은 “지난 2018년 산지폐기 때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인데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며 위기감과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직접적인 피해 원인을 제공한만큼 농민들에게도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비슷한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화천의 애호박 산지폐기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의 소비자들이 하룻밤사이에 군 직영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112t(1만4000박스) 분량의 애호박을 주문하는 기적을 일으킨 것입니다. 주문만 폭주한 것이 아니라 농민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댓글들도 이어지면서 실의에 빠진 농민들에게 힘을 주고 있습니다.‘온라인 기적’으로 다행히 추가 산지폐기는 면했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농산물 산지폐기는 매년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영월 한파로 어린 배추가 얼어버렸고 몇해 전 다른 지역에서는 겨울무를 두차례나 산지폐기 하기도 했습니다. 농산물 산지폐기는 이미 벌어진 과잉생산과 가격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농민들이 재배하려는 작물의 종류와 양을 수집해 적절히 안배하는 농정당국의 적극적인 정책이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부는 낙후된 농산물 유통구조를 시급히 개선하는 동시에 수급상황과 가격을 시장에만 맡기지 말고 적극 개입해야 합니다. 자치단체도 그동안 형식적으로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홍보를 강화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 산지폐기 같은 불상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