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강원도의 힘’부터 3작품
춘천·강릉·삼척·양양 등지 촬영
영화 주인공 일상탈출처로 선택
최근 ‘도망친 여자’ 은곰상 수상

▲ 강원도의 힘 스틸컷.-강릉역
▲ 강원도의 힘 스틸컷.-강릉역


[강원도민일보 김여진 기자] 홍상수 감독이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수상의 영예를 안으면서 홍 감독이 강원도에서 한 작업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홍 감독은 물론 그의 연인이자 페르소나 배우 김민희가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호평받은 주요 작품들이 강원도에서 촬영됐기 때문이다.

▲ 도망친 여자 포스터.
▲ 도망친 여자 포스터.


홍 감독은 자신의 24번째 장편 영화 ‘도망친 여자’로 제70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 감독상을 받았다.한국 감독의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감독상 수상은 김기덕 감독이 지난 2004년 영화 ‘사마리아’로 받은 이후 16년 만이자 역대 두번째다.

홍 감독은 초기작들부터 해외영화제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중 대표작인 1998년 작‘강원도의 힘’은 강릉과 속초,양양 등지에서 촬영됐다.

▲ ‘강원도의 힘’ 스틸컷.
▲ ‘강원도의 힘’ 스틸컷.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특별언급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지숙(오윤홍 분)은 친구들과 강릉행 야간열차를 타고,강릉역을 시작으로 오색 약수터와 낙산의 바닷가를 여행한다.지숙과 사랑하는 사이였던 유부남 대학강사 상권(백종학 분) 역시 후배와 따로 여행을 떠나는데 그 장소 역시 강원도다.기차로 강릉,속초 대포항,양양 낙산사 등을 찾는다.두 사람이 함께하지 않지만 강원도로 바닷가와 산자락으로 여행 장소가 겹친다.같지만 다른 듯한 두 주인공의 강원도 여행을 따라가며 관객들은 일탈을 엿본다.

김상경·추상미 주연의 ‘생활의 발견(2002)’에 그려진 춘천의 모습도 이와 묘하게 닮아있다.배우가 직업인 경수(김상경 분)은 일이 잘 풀리지 않자 춘천으로 떠나 아는 형과 자신의 팬이라는 여자(예지원 분)를 만난다.소소한 만남과 헤어짐 속에 무심한 듯 흥미롭게 영화가 흐르고 그 배경에는 춘천호,춘천역이 있다.

▲ ‘밤의 해변에서 혼자’스틸컷.
▲ ‘밤의 해변에서 혼자’스틸컷.

2017년 작품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는 강릉과 삼척 등지가 배경으로 나온다.김민희가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홍 감독 보다 먼저 은곰상을 거머쥐게 한 작품이다.홍 감독은 “자전적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주인공 여배우가 유부남과의 만남에서 겪는 고민을 안고 있다는 설정은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다.여배우 영희가 지인들을 만나고,그들과 술을 마시고,해변으로 놀러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모두 강원도다.강릉의 카페 ‘봉봉방앗간’과 삼척 씨스포빌리조트와 해변 등이 등장한다.문성근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이사장이 영화감독 역할로 분하기도 했다.

이들 작품 모두 강원도는 주인공이 일상을 탈출해 과거의 사랑을 회상하거나,떨쳐내거나,현실을 밀어내는 장소로 그려진다.홍 감독은 과연 어디에서 ‘강원도의 힘’을 보았을까.이에 대한 궁금증은 고 이병철 전 전주영상위원회 사무국장이 지난 2010년 본지에 기고한 글에서 일부 풀어낼 수 있다.

이 전 국장은 “그(홍상수)에게 강원도는 나른한 풍경 속에 들끓는 에너지를 숨기고 있는 양면성의 고장으로 인식되었던 것 같다.때문에 일상에 지쳐 강원도를 찾은 ‘홍상수표 영화’의 주인공들은 다시 강원도에서 누추한 욕망과 우연으로 점철된 일상을 어김없이 반복하고 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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