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중 주워싱턴 총영사<홍천 출신>

▲ 권세중 주워싱턴 총영사<홍천 출신>
▲ 권세중 주워싱턴 총영사<홍천 출신>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홍역을 앓고 있다.조만간 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확진자는 숫자 이상의 공포와 상처를 주고 있다.세계적 확산으로 고통이 심화되는데도 국제사회는 협력 대신 각자도생의 길로 가고 있다.그간 사스나 메르스,에볼라,지카 바이러스 대처에서 지도력을 발휘했던 미국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는 속수무책이다.왜 그럴까?미국의 대처 방법을 보면 일말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미 트럼프 정부는 작년 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을 때부터 유럽으로 번지기까지 약 2달간을 무시하거나 위험성을 애써 부인했다.비록 1월 30일 트럼프 대통령 직속 범정부 태스크포스가 가동됐지만 내부 단속 보다는 타국 현황 모니터링과 외부로부터의 영향 차단에 신경썼다.그럼에도 외부유입 차단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2월 2일 중국발 입국을 중단했으나 새로운 진앙지인 유럽발 입국을 차단한 것은 3월 13일로 한 달여가 지난 뒤였다.

또 미국은 우리나라 같은 전국민 의료보험체계가 미비하다.이러다 보니 비싼 진단검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실적도 낮았다.방호장비나 의료용품,진단키트와 같은 중요 의료물품 확보에도 소홀했다.3월19일 신규 확진자가 1만명을 돌파하고 하루가 다르게 폭증하면서 미국이 새로운 진원지로 부상했다.정부의 차단과 대책이 강화되자 실물경제지수도 곤두박질쳤다.실업수당 신청건수는 3월 하순부터 3주간 1700만명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급기야 미국 정부는 3월 27일 2조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담은 긴급대응법을 발표했다.뉴욕주를 위시한 지방정부 역시 비상행동에 돌입했다.현재까지 수도인 워싱턴을 포함,49개주가 중대재난을 선포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비록 초기 코로나 위기인식에 실패하고 대처에 혼선이 발생하긴 했지만 원만한 수습이 중요하다.미국의 대응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우선 바이러스 신규 확진 발생 곡선을 평평하게 하는 것이다.사회적인 거리두기 등을 내실있게 이행해야 한다.이미 90%에 가까운 3억여명의 국민이 집에 머물도록 요청받았다.둘째는 경제 여파를 최소화,사회의 회복력을 증진하는 것이다.미국 정부는 2조달러 경기부양책에 더해 총 6.2조달러까지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셋째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질병보건 대응 거버넌스 확립이다.트럼프 대통령은 3월 18일 의료물품 생산을 위해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했다.다음 날엔 말라리아,관절염 치료제인 클로로퀸을 코로나 응급환자 치료용으로 예외적 사용을 허가하는 성급함을 보이기도 했다.그만큼 대선을 위한 가시적인 성과 제고가 절실한 형편이다.

코로나19 사태도 이전의 전염병처럼 진정될 것이다.이후가 더 중요하다.세계가 그물망처럼 엮인 오늘날 국제협력을 통해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구현해야 하는데 이러한 리더십이 안 보여 아쉽다.이는 기후,환경,보건,인권,안보 등 국제 이슈에서 발을 빼거나 애써 외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성향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미국이 건강한 리더십을 회복하고 국제 공공재 기여를 위해 더욱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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