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임축제가 올해는 열리지 못하게 됐다.서른 세 해가 되도록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수습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였던 코로나19가 다시 확산 조짐을 보임에 따라 전격 취소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계획대로라면 오는 24일부터 31일까지 춘천시 중앙로와 몸짓극장,문학공원,수변공원 일대에서 다양한 축제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었다.

최근 서울 이태원클럽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터지면서 그 유탄을 맞았다.개막을 목전에 두고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1989년 한국마임페스티벌로 출발한 이 축제는 1995년 춘천국제마임축제로 이름을 바꿨고 춘천을 상징하는 또 다른 브랜드가 돼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민간 주도의 공연예술축제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해를 거듭하면서 연륜에 걸맞은 변신으로 관객과 시민의 사랑을 받았고 이것이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하는 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이제는 런던의 마임축제,프랑스의 미모스 축제와 함께 세계 3대 마임축제로 자리 잡았다.시대의 변화를 읽고 대중의 요구에 부응해 온 결과일 것이다.

틀에 갇히지 않고 진화를 거듭해 온 것이 춘천마임축제의 오늘을 있게 한 힘이다.전통의 기준과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것을 추구한 것이 생명력의 원천일 것이다.무대와 형식 모두의 파격을 통해 언제나 새로운 감동을 선사해 왔던 것이다.거리로 공원으로 어디든 달려가 무대의 경계를 허물었다.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없애고 도시 전체가 마임의 무대로 만든 것이다.

삶의 현장이 무대가 되면서 배우와 관객이 한데 어울리고 춘천마임축제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경계를 허무는 것이야말로 모든 예술의 지향하는 바일 것이다.5월이면 춘천마임축제를 떠올리고 정화(靜化)를 갈망한다.올해는 이 무언의 함성을 들을 수 없지만 그 부재가 또 다른 거대한 마임이 됐으면 한다.축제 취소가 32년 역사의 의미 있는 쉼표가 되기를 바란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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