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호 기자가 간다] D레벨 방역복 직접 입어보니
강원대병원 워킹스루 진료소
서너평 컨테이너 탈·착의실
입는 시간만 20여분 소요
말 한마디 내뱉기도 벅차
방역복 내 전파 가능성 높아
탈의과정 손소독 등 더 복잡
감염병 최전선 의료진 사투

▲ 코로나19 진료소 1일 체험에 나선 본지 구본호기자가 간호사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방도겸
▲ 코로나19 진료소 1일 체험에 나선 본지 구본호기자가 간호사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방도겸

[강원도민일보 구본호 기자] “헉헉! 숨이 차서 말도 못하겠어요.”

낮 기온이 28도까지 올라 무더위 날씨를 보였던 지난 28일.강원대병원 워킹스루 진료소를 찾은 기자에게 의료진이 D레벨 방역복과 마스크가 담긴 방역물품을 건넸다.

100m정도 떨어진 컨테이너 착·탈의실로 향하는 길.외부는 물론 별도로 분리된 내부는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푹푹 찌는 더위에 최소한의 냉방 장치조차 없어 하루에도 수 차례 땀을 흘리며 옷을 갈아입는다는 의료진의 말이 애처롭다.안내에 따라 의료용 속장갑부터 D레벨 방역복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재질이 생각보다 얇아 찢어질까 싶은 마음에 조심스레 지퍼를 올린 뒤 신발 보호대의 매듭을 묶었다.등줄기로는 벌써 땀이 흘렀다.평소 답답함을 싫어하는 터라 마스크 착용이 가장 걱정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KF94 마스크를 착용하니 목구멍까지 숨이 차올랐고 말 한마디도 벅찼다.고글과 의료용 마스크 착용하니 20여분이 흘렀다.

▲ 코로나19 진료소 1일 체험에 나선 본지 구본호기자가 방역복을 입고 있다.
▲ 코로나19 진료소 1일 체험에 나선 본지 구본호기자가 방역복을 입고 있다.

서너 평 남짓한 컨테이너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의 일과는 마치 쳇 바퀴 같았다.의료진의 호명에 진료소 앞 띄엄띄엄 놓여진 의자에 앉아있던 한 남성이 다가왔고 증상과 발열체크 등 문진을 마친 뒤 옆 컨테이너로 자리를 옮겼다.창문 하나를 두고 의사는 환자와 스피커로 소통하며 증상을 확인하는 등 비접촉 진료가 이뤄졌다.간이 X-RAY촬영을 한 후 의사가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겨 코,입 검체 채취까지 마치니 진료가 끝났다.

‘힘들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친 기색이 역력해보였던 한 의료진은 한숨을 내쉬었다.이은혜 치위생사는 “힘든건 여전하죠.화장실을 가려면 방역복을 새로 입어야 하기 때문에 물도 못 마시고 밥도 못먹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2시간째 방역복 착용으로 속옷은 이미 땀으로 흥건했고 습기가 가득한 고글 때문에 앞을 보기가 힘들었다.한시라도 빨리 벗고 싶다는 생각이었지만 탈의 과정은 더 힘들었다.방역복 내 바이러스 전파 감염이 매우 높아 실제로도 의료진들은 방역복 탈의 과정을 가장 중요시 했다.매 회 탈의 과정에서 손 소독은 물론이고 방역복의 경우 손 대신 어깨를 흔들어 벗어야만 했다.

한 의료진은 “회당 보통 30초 정도 손 소독을 하는데 한번 할 때 곰세마리 노래를 부르면 딱 맞는다.물이나 비누로 씻을 때는 2번씩 불러야 한다”며 웃픈 이야기를 건넸다.땀으로 범벅된 방역복은 물론 마스크와 고글로 인한 이마와 콧등의 상처는 이들에게 일상이 된지 오래다.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 한 채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진들은 오늘도 여전히 감염병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구본호 bono@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