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모 동해해양경찰청장

▲ 김영모 동해해양경찰청장
▲ 김영모 동해해양경찰청장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오징어에 대해 ‘물 위에 떠 있다가 날아가는 까마귀가 죽은 고기인 줄 알고 쪼려고 하면 다리 열 개로 감아 잡아 즐겨 먹어서 오적어(烏賊魚)’라고 기록하고 있다.동해의 대표 수산물 오징어가 요즘은 ‘금(金)징어’로 귀하게 불린다.최근 어획량 감소로 가격이 금값 같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코로나 여파로 소비도 부진해 어민들의 한숨만 커지고 있어 더욱 걱정이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에는 동해 수온상승으로 어장이 북방수역까지 형성된데다 북한의 식량난 해소를 위한 어획정책,중국의 자체 금어기간 확대에 따른 중국어선의 원거리 조업 등 여러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해해경청은 우리 어민의 피해예방과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시기별 경비대책을 마련하고 중국어선 현장관리 및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중국어선 북상초기부터 이탈 시까지 서·남해해경청과 정보공유·감시체계를 구축,우리 어민에 피해가 없도록 안전항행을 유도하고 있다.동해상을 이동하거나 울릉도로 긴급피난하는 중국어선에 대한 철저한 검문으로 우리 수역 내 불법의지를 사전 차단하고 조업질서를 확립하고 있다.NLL과 조업자제 해역에는 함정과 항공기 등을 선제 배치,불법조업 단속을 강화하고,우리 바다를 침범하는 경우 관계기관 합동대응을 통해 빈틈없는 주권수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행히 올해 중국어선은 먼 바다로 항행하는 등 준법의식이 많이 개선된 모습이다.지속적인 계도·홍보로 아직 동해상 이동 중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발생치 않고 있다.기상악화 시 울릉도로 피난하는 중국어선 수도 크게 줄었고(최근 3년 연평균 약300척→지난해 65척),긴급피난으로 인한 불법행위 역시 단 한 건도 없었다.

강원도 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지난 해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2018년 보다 21% 증가한 4295t으로 나타났다.올해 어획량이 늘기 시작했고 가격도 하락세여서 관광객들이 저렴하게 오징어를 맛 볼 수 있게 됐으며 상인·어민들의 활력도 되살릴 것으로 기대된다.동해해경청은 앞으로도 해양주권 수호를 위한 대응역량을 강화하고 불법조업 어선에 강력 대응할 계획이다.

문득 한 어민이 했던 “호천리 어만리(虎千里 漁萬里)”라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호랑이는 천리를 갈 때,바닷고기들은 만리를 가기에 노련한 뱃사람도 잡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어민들에게는 “그 많던 오징어마저 사라져 더욱 힘들다”는 한탄섞인 의미가 될 테니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동해안 곳곳마다 오징어가 대풍어를 이뤄 밤이면 오징어배로 불야성을 이루는 어화(漁火)를,주요 항구마다 새벽을 여는 만선의 깃발을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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