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인쇄박물관 6·25 70주년 기념전
전쟁문학 초판본,옛 교재 전시
임시 피난학교 등 재현
“지친 마음 일으켜 세울 힘 찾길”

▲ 책과인쇄박물관에 마련된 피난학교 체험모습
▲ 책과인쇄박물관에 마련된 피난학교 체험모습
[강원도민일보 김여진 기자]“여인들의 눈앞엔 겨울이 있고,나목에겐 아직 멀지만 봄에의 믿음이 있다.봄에의 믿음.나목을 저리도 의연하게 함이 바로 봄에의 믿음이리라.나는 홀연히 옥희도 씨가 바로 저 나목이었음을 안다.그가 불우했던 시절,온 민족이 암담했던 시절,그 시절을 그는 바로 저 김장철의 나목처럼 살았음을 나는 알고 있다.” 박완서 작‘나목’ 중.

순원의 자전적 작품 ‘곡예사’,구상 시인의 첫 시집 ‘시집구상’,이범선의 단편 ‘학마을 사람들’,박완서의 데뷔작 ‘나목’…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한국전쟁 당시 출판됐거나 피난민의 삶 등을 소재로 한 전쟁문학이다.전쟁 속에서도 문학의 꽃은 피어났고,피난지에서도 학교의 가르침과 배움은 중단되지 않았다.

6·25 70주년을 기념해 춘천에 있는 책과인쇄박물관이 마련한 ‘우리를 일어서게 하는 힘-전쟁 중 책과 인쇄’는 이같은 정신을 되살려 보도록 기획됐다.지난 해 1종 전문 사립박물관으로 등록된 책과인쇄박물관이 올해 개관 5주년을 맞이한 기획이기도 하다.박물관은 기존의 상설전을 그대로 진행하면서 ‘책과인쇄’ 와 관련된 새로운 주제를 해마다 하나씩 별도로 선정,‘전시 속 전시’를 통해 의미를 더욱 깊게 조명하기로 했다.이번 전시가 그 첫번째 프로그램이다.

먼저 앞서 나열한 전쟁 관련 문학이나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의 초판본을 만날 수 있다.전쟁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었던 책과 문학작품들이다.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피난민증과 삐라,운크라 교과서 등도 한 자리에 모았다.이외에도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국가기록원,국립민속박물관,국립중앙도서관의 자료도 추가로 받았다.유네스코한국위원회 소장 사진에서는 빈틈없이 앉아 수업을 듣는 학생들,건물 없이 교문만 있는 노천 학교,환하게 웃으며 교과서를 나눠주는 선생님의 모습 등 따스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야외정원에는 전쟁당시 피난지에서도 세워졌던 임시 노천 학교를 재현했다.옛 책상과 걸상을 마련,길거리이든 숲 속이든 배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웃을 수 있었던 피난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의 마음을 그려보는 장소다.전쟁 중 대학생 신분을 증명하는 스탬프로 만드는 전시 학생증,평화의 빛을 모으는 선캐쳐 만들기 등의 체험도 할 수 있다.대면 전시해설이 어려운 최근의 코로나19 상황을 감안,이해를 돕는 전시 도록과 활동지를 무료 배포한다.

전은실 책과인쇄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책과 인쇄,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열정이 바로 우리가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었다.코로나19로 전쟁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는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은 무엇인지 찾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전시는 오는 8월 30일까지 열린다.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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