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송미 춘천 재미야 대표┃로컬을 놀이터 삼다
춘천 서면 한적한 농촌마을 위치
‘관광은 작은 여행들의 집합체’
관광객-주민 그린 네트워크로
신개념 체험형 복합 공간 운영
어쩌다 농부·예술밭 사이로 등
주민-사업체 연계 관광자원화

송미 춘천 재미야 대표
송미 춘천 재미야 대표

춘천에서 노을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서면.신매대교를 따라 강을 건너자 한적한 농촌 마을이 나타났다.춘천댐이 생기기 전 춘천 사람들을 북한강을 자양강이라고 불렀다.‘쟁강’은 이곳 주민들이 자양강을 일컫는 말이었다.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지역 공동체 의식이 무너지기 이전,춘천의 원류를 기억하는 단어다.다리가 생기기 전에는 주민들이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 번개시장까지 나가 직접 기른 감자를 팔던 곳.송미(43) 재미야 대표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쟁강이 흐르는 서면에 반해 자리를 잡았다.서면의 자연과 닮아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로컬의 매력을 찾아 춘천으로 흘러들어온 여행자들이 자연과 계절의 흐름 속에서 지역을 탐험할 수 있도록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송미 대표가 ‘춘식이(春食利)의 녹색생활’이라고 이름 붙인 춘천 먹거리 기반의 그린 라이프형 지역 네트워크는 관광객과 지역 주민을 연계하는 신개념 체험형 복합 공간으로 인정받아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의 로컬크리에이터 과제에 선정됐다.재미야는 디지털 디톡스,로컬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공간이다.자연의 생태계 안에서 먹고 마시는 일상의 먹거리를 이해하고,이것을 만드는 로컬 생산자들의 삶을 경험하도록 돕는다.

▲ 재미야가 자리 잡은 춘천 서면 서상리 전경
▲ 재미야가 자리 잡은 춘천 서면 서상리 전경

■ 관광 전문가,로컬 커뮤니티를 꿈꾸다

송미 대표는 자신을 ‘로컬 커뮤니케이션 프로듀서’라고 소개한다.지역 네트워크 플랫폼을 구축해 문화·관광 채널을 통한 종합적인 지역 디자인을 수립하고 로컬의 지속 가능성과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그의 미션이다.

올해 여름 송 대표가 새롭게 선보인 재미야(在美野)의 정체성은 여행 커뮤니티의 구심점이다.다음 여행을 위해 쉬어가는 카페 라운지,전시 및 워크숍 공간이자 여행 카운터로 마을 공동체 호텔의 프론트,컨퍼런스룸,전시실,레스토랑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마당에는 대형 인디언 텐트와 화덕이 마련돼 바비큐를 즐기며 캠핑을 할 수 있고 건물 내부에는 영상 감상 및 회의를 할 수 있는 창의적인 공동체 공간이 마련됐다.같은 마을에 위치한 ‘쟁강에서면’ 협동조합 소속 5개의 개별 게스트하우스를 연결해 지역에서 난 식재료를 맛보도록 연계한다.

송 대표의 인생은 매번 새로운 도전이었고 그 바탕에는 사람과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대학에서 농업자원경제학을 공부한 후 1999년 일본으로 간 송 대표는 농촌에 대한 관심으로 삿포로에 정착했다.홋카이도에서 관광을 주제로 한 한일 문화교류 단체를 맡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쌓았으며 2007년 한중일 관광장관 회의 수행 통역 등을 맡으며 로컬 관광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귀국 후 2016년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광두레프로젝트 춘천지역 프로듀서를 맡아 로컬 커뮤니티 조성을 위해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그의 역할은 춘천지역 주민사업체를 발굴해 육성하고 각각의 사업체들을 연계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관광자원화하는 것이다.관광두레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팜투테이블을 지향하는 로컬푸드 음식점 ‘어쩌다농부’,문화예술 폴랫폼 ‘예술밭사이로’,천연발효빵 전문점 ‘코너스톤’ 등이 지역사회에 자리잡았다.

■ 포스트 코로나,해답은 로컬에 있다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한 종적인 네트워크 구성에서 한 발 나아가고자 2018년에는 THE SONG LCC를 설립,민간의 영역에서 로컬 사업체들의 횡적 네트워크 연결을 추진하고 있다.하드웨어 공간인 로컬 라운지 재미야를 기반으로 자연의 사계를 따라 움직이는 네이처 트립,로컬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먹거리를 체험하는 잇 트립 등의 콘텐츠를 개발했다.향후에는 지역 중심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한 전문적인 연구도 수행할 계획이다.

송미 대표는 “로컬 크리에이터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닙니다.지역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자원을 창의적인 방식으로 가공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 소개할 뿐입니다”라며 “서울에 이 자원들을 재미있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을 뿐,그 문화의 원재료는 로컬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라고 밝혔다.

그에게 관광은 ‘작은 여행들의 집합체’다.로컬과 외지인을 연결하는 창문 역할이 바로 관광 산업이다.지역의 자원을 기획해 횡적인 관계에서 재구성하고 막걸리 양조장과 농장 체험,로컬 푸드 전문점,지역성을 담아낸 숙박을 연계하는 일이 송 대표가 정의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로컬 기획자와 프로듀서의 역할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로컬이 해답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송 대표의 역할에 힘을 싣는다.송 대표는 “코로나19로 이동의 제약이 생기기 전까지는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는 것만이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하지만 타의에 의해 머물러 있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지역의 새로운 경험을 찾게 되고,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원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로컬의 가치에 힘이 생길겁니다”고 말했다. 권소담 kwonsd@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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