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국립춘천병원 정신의학과 전문의

▲ 이태경 국립춘천병원 정신의학과 전문의
▲ 이태경 국립춘천병원 정신의학과 전문의

‘술’은 ‘알코올이 함유돼 있어 마시면 취하게 되는 음료의 총칭’으로 정의된다.술은 다른 음료들처럼 맛도 다양하다.그런데 술맛을 다양하게 하는 것은 알코올이 아니고 술을 빚는 과정에서 포함되는 착향물이라 불리는 부수성분들 덕분이다.알코올은 맛을 가지고 있지않다.에탄올은 싸한 느낌을 혀에 주는데 맛의 종류에 들어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맛으로만 술을 마시지 않고 술기운을 느끼고 싶어서 마신다.이것은 음료의 역할이 아니다.술기운은 알코올이 유발하며 뇌에서 신경물질들을 자극해 만들어내는 강력한 마취 효과다.이로인해 기분의 변화가 나타나고 정신운동조정 능력의 문제가 발생한다.물론 어느정도는 소화 분해가 되므로 심신건강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세계보건기구(WHO)는 술을 표준단위(순수한 알코올 14g 함유)로 계산했을 때 △남성은 하루 5잔 이하 △여성은 3잔 이하로 마실 것을 권유하고 있으며 그 이상 마시는 경우를 고위험 음주로 규정하고 있다.고위험음주는 사람의 소화분해능력을 넘어서는 것을 말하고 만성적 고위험음주는 전신적 문제를 유발한다.

사람들은 고기요리를 할 때 술에 담가 부드러운 식감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알코올이 단백질 변성을 일으키는 작용을 이용한 것이다.그런데 우리 몸도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어 소화분해가 안된 알코올은 우리 몸을 공격해 신체·정신적 문제를 발생시킨다.알코올이 유발하는 대뇌를 공격해 일으키는 정신과적 문제는 정말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오해가 술을 잠자기 위해 마시는 경우다.알코올은 수면유도시간을 줄여주긴 하지만 깊은 잠을 방해하며 만성적으론 오히려 수면장애를 유발한다.

만성적 음주는 알코올 중독이라고 알려진 알코올 사용장애를 발생시키는데 2016년 역학조사에 의하면 평생 유병률은 12.2%(남자 18.1%,여자 6.4%)에 이르는 흔한 질환이다.알코올 사용장애가 무서운 것은 인지기능의 저하를 유발한다는 것인데 2018년 의학전문지 렌싯(Lancet)은 과음이 치매 위험성을 3배 높인다고 발표했다.특히 65세 이전에 발생하는 초로기 치매와 크게 연관되며 초로기 치매의 39%가 알코올 남용에 의한 뇌 손상,18%는 알코올 남용의 다른 장애와 연관이 있었다는 것이다.

알코올은 현재 우리 사회에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과도 연관이 높다.알코올 연관 자살은 일반성인의 자살률 보다 10배 높다고 알려졌다.‘자해/자살 손상환자 음주관련성 구성비’를 비교한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자해-자살 시도자 10명 중 4명은 음주를 중요 동기로 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외국의 연구에서도 알코올 중독자의 경우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비중독자보다 10배 높게 나타난다고 보고됐다.결국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 알코올 중독에 대한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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