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평창대관령음악제 바이올리니스트 토모 켈러
메인공연 플레이디렉트 맡아
음악제 무대 위해 자가격리 감수
“5개월 만에 공연 하게 돼 행복
‘그래야만 한다’ 메시지 뭉클”

▲ 바이올리니스트 토모 켈러.
▲ 바이올리니스트 토모 켈러.

[강원도민일보 김진형 기자]솔리스트와 오케스트라 악장을 오가며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토모 켈러(Tomo Keller).영국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켈러는 제17회 평창대관령음악제 무대에 오르기 위해 2주간의 자가격리를 기꺼이 감수했다.아내가 한국인이라는 점이 참여 계기 중 하나지만 무엇보다 무대가 간절했다.

지난 1일 이번 음악제 5번째 메인공연 ‘Hero(영웅)’의 플레이디렉트(지휘자 없이 협연자가 악단을 이끄는 방식)를 맡은 그는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전체 조화를 유지하면서도 개인 연주자들의 역량을 끌어냈다.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협연 프레디 켐프)과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이 연주된 이날 단원들은 웃음을 보이며 연주에 심취,자유롭고 개성 강한 무대를 연출했다.비교적 독립적인 분위기를 지향하는 런던의 분위기도 물씬 풍겼다.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 부악장을 역임하고 모짜르트의 생애를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 OST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영국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더 필즈(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의 악장으로 있는 토모 켈러를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만났다.

 

▲ 바이올리니스트 토모켈러가 지난 1일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연주하고 있다.
▲ 바이올리니스트 토모켈러가 지난 1일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연주하고 있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첫 무대다.

“2년전 가족과 함께 청중으로 처음 왔었는데 무대에 서게 돼 행복하다.코로나19로 공연이 중단돼 11주 동안 바이올린을 꺼내보지도 않았다.5달만의 공연이라 굉장히 흥분된다.어려운 상황에서 초청해 주셔서 감사하다.한국까지 오는데 행정적 난관이 있어 포기했을 수도 있었지만 음악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그래야만 한다’라는 음악제의 메시지 또한 뭉클하게 다가왔다.”

-지휘자 없이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플레이 디렉터로 참여하게 됐는데.

“베토벤 시대에는 큰 오케스트라를 매번 세우기 어려워 교향곡을 소규모 실내악으로 편곡해 연주하고는 했다.과거에 음악을 시작했던 지점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물론 큰 곡은 지휘자가 필요하지만 음악을 하면서 개인의 독립성과 자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베토벤 교향곡 3번도 편성이 아주 작지는 않아서 걱정하기도 했지만 잘 맞았다.”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함께한 느낌은.

“멤버 모두 긍정적이고 음악성이 뛰어나 놀라웠다.내가 지휘자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음향을 다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또 총보를 보고 연주를 하진 않기 때문에 단원들에게 두려워 말고 자신의 음악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해달라고 주문했다.”

-오랜만의 무대에서 베토벤을 연주하는 소감은.

“베토벤 이전에는 1악장에 15분 이상 가는 곡이 없었다.그의 초고를 연구했는데 볼수록 천재적인 음악성에 감탄하게 됐다.아직 베토벤의 깊이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1·9번 교향곡과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좋아하는데 이번에 연주한 교향곡 3번도 너무나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코로나 이후 달라진 근황은.

“한국 오기 전 런던에서 아이폰으로 작업하는 비디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8명의 작곡가에게 위촉한 ‘고독에서의 8곡’이라는 앨범인데 악기들을 먼저 녹음하고 성악가들이 음성을 덧입히는 방식이었다.”

-1778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제작된 명가 과다니니(Guadagnini) 바이올린을 쓰고 있는데.

“나에게 바이올린은 몸의 일부이기도 하고 계속 공들여야 하는 동반자다.천재적이었던 과다니니는 전기,중기,후기에 모든 작품에 명작이 있다는 점에서 베토벤과 닮았다.”

-2008년 그래미에서 최고의 재즈보컬 앨범을 수상한 패티 오스틴(Patti Austin)의 앨범(Avant Gershwin)에도 참여했다.

“부모님이 클래식 피아니스트여서 전통적 분위기에서 자라 다른 장르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그래서 패티 오스틴과의 작업이 굉장히 흥미로웠다.트럼페터 윈터 마살리스와도 협업했는데 각기 다른 연주방식을 접해 서로 신기한 경험을 공유했다.코로나로 모든 것이 중단된 지금이 다른 장르,직업,예술과 크로스오버를 시도할 적기인 것 같다.”

-한국 음악 팬들에게 한 말씀.

“코로나19를 통해 사람들이 삶의 본질에 대해 자문하게 됐다.물론 잘먹고 잘자는 것이 필수지만 우리의 정신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음악가로서 힘든 시기에 연주 기회를 가져 기쁘지만 객석 사이에 있는 거리를 마주하니 슬프기도 했다.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리가 아닌 연대감이다.음악은 라이브로 들어야 관객과의 소통이 이뤄지면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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