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지 여사 프로필 사진 사진제공=로컬퓨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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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민일보 김여진 기자]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이자 로컬 경제운동의 선구자로 불리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Helena Norberg-Hodge) 에콜로지 및 문화를 위한 국제협회(ISEC) 대표는 “지역화가 미래의 행복”이라고 강조했다.지난 21일 정선포럼의 연사로 참석,온라인으로 도민들을 만난 호지 대표는 강연에 앞서 본지와 가진 단독 서면인터뷰를 통해 “정치경제적 정책 결정이 지역사회와 긴밀하게 이뤄질 수록 민주주의는 최적화된다”며 “획일화된 도시화,세계화에 맞서 지역경제 기반을 살리기 위한 정책 수정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 호지 여사 프로필 사진 사진제공=로컬퓨쳐스
▲ 호지 여사 프로필 사진 사진제공=로컬퓨쳐스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공동체라는 새로운 가치가 떠올랐습니다.한국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 대처가 모범사례로 언급됩니다.공동체의 강화가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공동체를 갈망합니다.전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우정과 연대감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또 위기상황에서 향토산업이나 지역 농부들이 필수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습니다.특히 소규모 농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이는 지역 공동체가 다시 살아나리라는 좋은 조짐입니다.나는 우리 미래가 결국 훨씬 더 지역사회 중심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환경,사회,재정,보건 위기가 높아질수록 우리는 주위를 돌아볼 수 밖에 없습니다.그러나 변화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며 안주할 수는 없습니다.위기가 직면해 있는데도 세계 중심의 경제는 여전히 팽창중이고,이럴수록 지역사회는 조직적으로 약화됩니다.지역사회 중심의 미래를 빨리 가져오려면 경제의 지방분권화를 촉진시킬 변화를 위해 단호해져야 합니다.”

-세계화 확산으로 국가와 국가,국내 사람들간 소득문제 등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불평등은 앞으로도 계속 심화될 것으로 보십니까.

“스웨덴을 포함해 우리가 아는 모든 국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다수의 경제적 안보를 약화시키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규제 철폐정책 등 때문입니다.불행하게도 이는 더 악화되도록 세팅되어 있습니다.많은 정책입안자와 조언자들이 전례없는 인공지능 중심의 첨단세상으로의 도약을 촉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많은 직업이 사라지거나 ‘긱 이코노미(gig economy·임시직 선호경제)’ 속 디지털 플랫폼의 보호받지 못한 직업들은 질이 낮아지고 줄어들 것입니다.IT대기업들과 강대국간 협력으로 일상의 로컬경제가 탄압당하고,경제는 더욱 중앙집중화 되며 불평등해 질 것입니다.그러므로 다른 미래를 원하는 우리들은 기술경제의 세계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언제나 유지하면서 강력한 반대를 견지해야 합니다.”

-유럽과 미국은 역사적으로 지방자치나 지방분권이 제도화돼 있습니다.한국은 지방분권으로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중앙과 지방,어떤 관계설정이 필요할까요.

“국가는 다국적 기업과 세계적 금융카지노를 제재할 힘을 아직 갖고 있는 유일한 민주적 체제입니다.그러므로 이들의 착취로부터 자국민과 자원,환경을 보호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국가는 또 보조금과 세금 등을 나눠 세계 시장이 아닌 국가와 지역의 경제를 지원할 힘을 갖습니다.이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제를 지배하고,국가권력이 점진적으로 빼앗기도록 내버려 둔 ‘자유무역’ 조약에서 손 떼는 것을 수반합니다.또 조약을 다시 써서 다른 국가와 동맹,여러 나라가 서로 지원하며 세계시장에의 의존성을 떨쳐내는 방법도 가능합니다.시민사회는 중앙정부에 이처럼 중요한 단계를 밟도록 반드시 압박해야 합니다.지방정부나 지역경제에 대한 힘을 키우려는 국가를 따르면 절대 안됩니다.지역단위로 권력을 분산하는 동시에 중앙정부를 통해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완전히 가능합니다.미래에 우리는 지역,권역,국가,국제 등 각 거버넌스의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세상이 돌아가려면 이들 4개 단계가 모두 필요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정치와 경제적 정책 결정이 지역사회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긴밀할수록 민주주의는 최적화됩니다.”

-개발과 환경의 가치는 부딪힙니다.오래 규제받아 온 지역 주민들은 개발을 원하는 경향이 강합니다.올림픽 활강경기장으로 쓰인 정선 가리왕산이 대표적 예인데,해결책을 제시해 주신다면.

“세계 곳곳에서 특정한 패턴을 봐왔습니다.산업화된 사회의 도시화된 사람들일수록 자연과 다시 연결되고 싶어하고,환경보호를 원한다는 것입니다.그들은 삶의 속도를 늦추면서 인간적 커뮤니티를 만들기를 원합니다.이들은 미국방식의 소비문화의 혜택을 경험하고 그것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입니다.반면 농촌 지역사회에서는 언제나 경제적 발전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면서 더 큰 도시로 발전하길 원합니다.이들은 직업을 잃거나 소기업,우체국,병원,학교 등 시설이 문닫기도 합니다.이 와중에 미디어나 교육은 도시 소비자로서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낭만적으로 묘사하면서 농촌 사람들이 거꾸로 비교적 가난한 것으로 느끼도록 만듭니다.이 사람들은 자연스레 ‘파이 한 조각’을 원하게 되고,이를 얻기 위해 전통적 의미의 ‘발전’을 요구하게 됩니다.지역화,지방분권의 메시지는 다른 방식의 경제 발전입니다.소비주의를 확대하거나 글로벌 기업들에게 힘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작은 마을 기반의 지역 순환경제,소상공업을 통한 풍부한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데 있습니다.그러므로 발전과 보전의 가치는 서로 모순될 필요가 없습니다.지역화된 발전은 지역의 문화와 생태,환경의 풍성함을 구축합니다.지역경제,특히 지역 식품시스템은 경작의 다양화를 촉진,토양의 건강과 생물다양성을 복원시키는 것은 물론 환경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이를 통해 지역화는 윈윈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지역의 매력은 어디에서 온다고 보십니까.

“인간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긴밀한 연결,특히 세대를 아울러 촘촘하게 짜여진 지역사회 안에서 진화해 왔습니다.서로 협력하고 의지하지 않았다면 인류는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하지만 세계화된 세상에서 이같은 지역 내 상호의존적 관계는 더 방대하면서도 익명성 높은 제도에 대한 의존으로 대체됐습니다.서로에게 의지하는 대신 우리는 슈퍼마켓과 몰에서 쇼핑하고 크고 경쟁적인 조직에서 일합니다.제멋대로 퍼져나가고 익명성이 높은 교외에서 삽니다.이런 인위적 세상에서 우리의 정체성 의식은 떨어지고 의미는 사라집니다.그리고 우리는 인류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관계의 충만함을 잃습니다.지역화가 이 우울한 현실의 해법입니다.지역의 상호의존을 다시 엮어서 우리 주변의 세상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우리의 정체성과 감정,기쁨을 다시 찾고 서로를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이것이 제가 지역화를 ‘행복의 경제학’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지역사회의 유대감은 어떻게 강화할 수 있습니까.

“‘경제의 지역화’가 우리 지역사회를 다시 짜는 기초입니다.농부와 시장,지역 정원,중소기업이 연합한 ‘민초 프로젝트(Grassroots projects)’는 지역사회가 일상 속의 경제적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 진다는 점을 증명했습니다.세계화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직업이나 교육을 위해 자주 이동합니다.그만큼 가족과 친구,이웃과의 유대를 끊게 됩니다.반면 지역화된 경제는 안정적인 지역 중심의 생계수단을 제공합니다.이동 없이 한 지역에서 풍족하게 살면서 사회적 관계를 풍부하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도농 격차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줄여야 할까요.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이 가장 신경써야 할 제도는 무엇입니까.

“첫 단계는 정부와 국민이 현재 경제시스템이 계속 증가해 온 도시화를 지원하는 쪽에 치우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세금부터 농업보조금,토지이용규제부터 인프라 지출까지 경제정책은 사람 고용 대신 많은 에너지와 기술을 쓰는 대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이로써 대기업은 커지고 지역경제의 기반은 흔들립니다.그래서 사람들은 일을 찾아 대도시로 내몰립니다.이같은 정책의 수정은 필수입니다.지역화 정책은 소상공인과 생산자들을 위한 새로운 보조금과 규제안을 통과시키는데서 출발해야 합니다.작은 농부지원이 특히 중요한데 지역 먹거리 시스템이 강한 지역경제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이는 생태와 지역사회,보건에도 큰 혜택을 줍니다.소도시와 마을의 경제,문화,교육 인프라를 재구축하는 정책 패키지가 필수입니다.이는 도시에도 적용됩니다.지역 먹거리 조달 정책은 도시 근교의 부양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지역공동체를 위해 지역신문이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천해 주신다면.

“지역 언론은 세계화와 도시화된 경제의 아픈 현실을 조명하는 것 뿐 아니라 ‘빅 픽쳐 운동(big picture awareness)처럼 세계에서 지역중심으로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는 많은 캠페인을 벌일 수 있습니다.세계화된 오늘날 정치인,기업인,사회운동가들은 시야를 특정 이슈로 좁히고 돌봐야 하는 문제의 뿌리는 외면해 왔습니다.경제시스템이 세계에서 지역으로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을 쌓음으로써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아래에서부터 정치를 바꾸는 운동도 가능합니다.지역언론은 정신건강,경제 불안정,건강하지 않은 도시화와 생태파괴 등의 이슈의 뿌리를 찾아 연속 보도할 수 있습니다.전세계의 지역화 프로젝트를 조명하는 기사를 싣거나 지역중심의 시스템 변화가 가져다 주는 혜택을 다각도로 조명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제가 이끄는 로컬 퓨쳐스(Local Futures)는 이같은 프로젝트를 위해 지역언론과 기쁘게 협업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 대한 진단을 강원도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와 함께 남겨주십시오.

“경제 시스템이 너무 크고 글로벌화 되면서 장님이 됐다는 것입니다.맹목적인 정치와 경제 리더들은 인간성을 우리의 번영,자연의 속성과 역행하는 방향으로 밀어내고 있습니다.이는 개인 욕심 때문이 아니라 무지 때문입니다.이같은 무지를 꿰뚫어 보고 세계적으로 많은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인간과 지구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위해 깨어나고 있습니다.직관과 몸의 지혜,통찰력 있는 상식으로 점점 더 다가가고 있습니다.이같은 인식변화의 물결은 강하고 깊게 영감을 주면서 모든 국가에서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이같은 집단 의식을 경제시스템을 바꾸는 것으로 전환된다면 우리 상상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행복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진행 및 정리/김여진 beatle@kado.net

 

▲ 호지 여사 프로필 사진 사진제공=로컬퓨쳐스
▲ 호지 여사 프로필 사진 사진제공=로컬퓨쳐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1946년생.스웨덴 출신.1975년 인도 북동부의 라다크 지역이 서구문명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보고 생태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당시 경험을 쓴 ‘오래된 미래’는 40개국 이상에서 번역되며 고전으로 자리잡았다.이후 글로벌 경제가 개인 행복과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 연구,반세계화·탈중심화의 대안으로 ‘지역화’를 강조하고 있다.옥스퍼드대,하버드대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수많은 강연을 했고 제2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바른생활상,고이 평화상 등을 수상했다.또다른 저서로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경제학을 펼친 ‘행복의 경제학’,‘로컬의 미래’ 등이 있다.현재 로컬퓨처스(Local Futures) 등의 비영리단체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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