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량이 무너진 시간은 오전 7시30분쯤.인명 피해 없이 폭우로 인한 단순 교량 붕괴사고로 끝났지만,거기엔 누군가의 촌각을 다투는 사투가 있었다.교량 인근에 사는 박광진(59)는 오전 7시25쯤 다리 난간이 휘어지는 것을 위험을 직감했다고 한다.곧바로 이장 홍준균(48)씨에게 알리고,아내는 119에 신고하도록 하고 현장으로 뛰어나갔다.
그가 위험을 목격하고 다리가 붕괴되기까지는 3~4분 정도.통행을 막기 시작했으나 교량 중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건너편에서 알리가 없었다.하진부 쪽에서 승용차 한 대가 진입한 때는 오전 7시28분.그는 소리를 지르고 손짓을 다해 신호를 보냈다.교량은 눈에 띌 만큼 더 가라앉았다.다리 중간쯤 와서야 위험을 느낀 승용차가 후진,가까스로 사지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30초쯤 뒤 다리가 붕괴됐다.이 극적 장면은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이날 승용차에 탔던 사람은 박 씨도 안면이 있는 하진부에 사는 최종열(60)씨 였다.두 사람은 다음날 만나 감사와 위로를 전하고 아찔했던 순간을 회고했다고 한다.박 씨는 40년 굴삭기 기사로 일한 것이 상황 판단에 도움이 됐다면서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송정교의 붕괴사고는 많은 교훈을 준다.주변의 위험을 관찰하고,주민에게 알리고,이웃과 당국의 조치를 이끌어내는 모든 과정이 재난 대응의 매뉴얼이다.연이은 재난이 많은 시련을 주지만 이런 헌신과 미담이 재기의 희망을 갖게 한다.그러나 안전을 이런 시민의식에만 기댈 수는 없다.왜 박 씨 혼자 위험에 맞설 수밖에 없었는지를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김상수
ssookim@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