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우 더웨이브컴퍼니 대표

▲ 김지우 더웨이브컴퍼니 대표
▲ 김지우 더웨이브컴퍼니 대표

강원도는 전체 면적 대비 산림 비율이 80% 이상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한편 산림,산촌 문화라는 값진 자원을 활용한 경쟁력 있는 콘텐츠는 별로 많지 않다.도내 많은 지자체들이 ‘관광 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바다를 끼고 있는 동해안 일부 도시들을 제외한다면 지역의 자연을 새롭게 해석한 매력적인 콘텐츠 개발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장소에 관심 많은 밀레니얼 세대의 주목을 받으며 최근 몇 년 전부터 서울의 다양한 골목길이 재조명되고 있다.과거 강남역,압구정 등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 지역이 주요 상권으로 발달해왔다면,연남동,망원동,을지로,성수동 등 상대적으로 월세가 저렴했던 동네 골목에 남다른 취향과 콘텐츠를 가진 이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이들이 공급하는 콘텐츠는 인스타그램 등 SNS를 타고 밀레니얼 세대를 불러모았다.디지털 기술이 새로운 ‘골목 상권 문화’의 등장을 가속화한 것이다.

이처럼 이미 잘 알려진 관광지가 아닌 흥미롭고 새로운 지역 문화를 제안하는 콘텐츠를 찾아다니는 밀레니얼 세대의 관광 트렌드는 강원도의 관광 지형에도 영향을 미쳤다.올해 여름 강원도 방문객 통계를 보면 동해안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인 강릉이나 속초는 전년 대비 방문객 비율이 하락한 반면,고성,양양처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전년대비 크게 증가했다.사람들은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것,색다른 것을 찾아 강원도의 숨은 지역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강화했다.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나 관광지보다는 혼자나 연인,가족 단위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팬데믹이 불러일으킨 관광 트렌드의 변화는 도내 산촌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최근 산림 자원이 풍부한 평창과 정선,홍천 등에서 산림과 산촌 라이프스타일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해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는 청년들이 등장하고 있다.과거 흑염소를 키우던 농장을 차박,목장 트래킹 등을 제안하는 공간으로 변화시킨 평창의 ‘산너미목장’,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 집’에서 자란 쌍둥이 자매가 산촌 문화를 주제로 여행과 체험 콘텐츠를 제안하는 정선의 ‘숲자매숲생활’이 대표적이다.이들은 산촌에서 나고 자란 경험을 바탕으로 이전 세대와 다르게 산촌과 산림 자원이 가진 가치를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고 편집한다.더불어 지역 커뮤니티와 협업하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자 한다는 것 또한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강원도의 산림과 산촌 문화는 앞으로 그 가치를 점점 드러낼 것이다.자원의 풍부함과 우수함에 비해 산림과 산촌에서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해보려는 움직임은 여전히 부족하다.그러나 산너미목장,숲자매숲생활과 같은 곳들이 좋은 선례가 된다면,산림과 산촌 자원을 활용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보려는 청년들이 하나 둘 생겨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산업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부르고,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지역에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가 쌓여 강원도의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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