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균
실개천 돌미나리는 아직 얼음 속에 잠자고
햇살 좋은 언덕길 옆
쑥 한 무더기 모질게 움츠려 있다.
버드나무가지 사이로
오목눈이 포륵거림만이 고요함을 깨는
묵혀진 다락 논자리를 지나
불어온 바람
낙엽 속에 숨어드는
비탈 밑 골짜기
폭우에 쓸려온
졸참나무 삭정이 잔해 속에서
푸석하게 부식해가는 다리뼈 드러난다.
산등선 오르내리던 총성도
이제 기억하는 이 없이
흐릿하게 전설로 되어 가는데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때 이른 나비 한 마리
뉘 집의 볼 발간 어린 아들인지
어느 청상각시의 지아비인지
뗏장조차 덮이지 못하고
뙤약볕에 찬 서리 맞은 세월 칠십년
원통하게 죽은 한
하소연 인 듯
모든 것이 부질없다 여겨
사라지는 백골 두고 떠나가는 혼인가
검은 점 붉은빛 네발나비는
차디찬 허공으로 너울너울
하늘 나리 꽃인양 점점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