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천천히 가는 중입니다
이수진
 

“그래,저기.할아버지가 분명해.”
 바다 거북이를 가리키면서 할머니가 말했습니다.화면 속에는 주름진 회색의 머리를 가진 거북이들이 해변에 오밀조밀 모여 있었습니다.각도가 조금만 바뀌어도 그 머리들 가운데 할머니가 가리켰던 거북이가 도대체 누구였는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하지만 할머니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다시 말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저렇게 걸었어.저런 느낌으로…,발을 움직일 때마다 몸을 옮겨가면서.”
 “할머니,거북이는 원래 저렇게 걸어.다리가 짧아서.”
 한쪽 구석에서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던 현준이가 말했습니다.현준이는 아빠 다리를 하고는 소파에 기대어 누구보다도 편안하게 게임을 하는 중이었습니다.그런 현준이 옆에 쪼그리고 앉아 할머니는 느리게 두부를 먹었습니다.거북이처럼.
 “할머니 맛있게 먹어.꼭꼭 씹어서.”
 현준이는 옆에 앉은 할머니의 머리를 귀여운 듯 한 번 헝클이고는 다시 게임에 열중했습니다.

 “저 옆에 있는 분은 저렇게 걷진 않잖아.할아버지만 심하게 뒤뚱거린다고.”
 갑자기 할머니가 벌떡 일어서며 화면을 가리켰습니다.
 “음…,내가 보기엔 다 똑같은데.”
 이번엔 여울이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작은 소리로 대꾸했습니다.
 밤 9시가 지나가는데 아직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고,마당에는 귀뚜라미 소리만 시끄럽게 바글거렸습니다.할머니는 답답한 듯 휴∼하고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여울이가 쥐고 있던 핸드폰을 낚아채며 말했습니다.
 “여울아,잘 보라니까.”
 “거북이가 그냥 거북이지.뭐가 다르다고…”
 “달라.네 동생 현준이는 귀가 크잖아.봐,너는 눈이 아주 예쁘고.”
 “할머니는 거짓말쟁이.말이 돼? 저렇게 못생긴 누나가 예쁘다니.”
 “너?”
 현준이는 누나 여울이를 향해 혀를 날름거리며 장난을 쳤습니다.

 “얘들아,저것 봐!”
 장난을 치던 여울이와 현준이가 할머니의 큰 소리에 다시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푸른 바다와 하얀 해변,그리고 주름진 회색의 머리들이 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거북이 몇 마리가 화면에 꽉 차게 보일 때였습니다.
 “자세히 보니까 좀 다르긴 한 것 같은데.쟤만 유독 뒤뚱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야,근데 넌 할아버지한테 쟤라고 해도 돼?”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여울이가 현준이를 흘겨보며 물었고 할머니도 현준이를 향해 입을 삐죽거렸습니다.

 “뭐 어때,할머니 버리고 거북이가 된 주제에.”
 “아니야.버린 거 아니야.할아버지가 저기 계시잖아.”
 “할머니는 거짓말쟁이.저건 거북이라니까.”
 “너무 느린 거북이라서 천천히 오는 것뿐이야.”
 “엉금엉금 기어서? 여기까지 오려면 아마 백 만년쯤 걸릴 텐데.”
 “고얀 놈!”
 순식간에 할머니의 숟가락이 현준이의 머리통을 세게 쳤습니다.딱.
 “아 얏.할머니는 맨날 거짓말만 해.”

 그때, 마당으로 엄마의 차 들어오는 소리가 반갑게 들려왔습니다.그 소리에 여울이와 현준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현관문을 밀치며 외쳤습니다.
 “엄마,엄마.아까 현준이가 나보고 못생겼다고 했어.”
 “누나랑 할머니가 나 꿀밤 때렸잖아.”
 “아이고 정신없어라.미안.엄마가 늦었지? 요양원을 알아보고 오는 길이야.”
 주어가 빠져 있었지만 할머니의 이야기라는 것을 여울이와 현준이는 단번에 알았습니다.
 “아픈 노인들이 요양원에 들어가는 것이 뭐 특별한 일도 아니고,자식들에게 버려지는 곳이라는 것도 그저 편견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야 해.”
 엄마는 늦은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이내 숟가락을 내려놓았습니다.
 “꼭 그래야 해?”
 “그래야만 할걸? 할머니의 거짓말이 점점 늘어가잖아.”
 현준이는 점점 늘어가는 모습을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어깨까지 들썩였습니다.하지만 엄마의 담담한 말과는 다르게 표정은 곧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습니다. 엄마의 슬픈 표정을 보니 여울이는 차마 안 된다고도,그렇다고 알겠다고도 할 수 없어 그저 가만히 고개만 숙이고 있었습니다.

 “어디였지? 어,여기도 아니야.”
 꾹,꾹.아까부터 할머니는 채널을 돌리는 중이었습니다.무언가를 꼭 보아야만 하는 사람처럼 힘을 주어 리모컨을 연신 눌러댔습니다.하지만 정작 보고 싶은 것은 찾을 수 없다는 듯 실망스러운 얼굴을 하더니 할머니는 이내 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내며 리모컨을 누르는 동작을 멈추지 않았습니다.맘대로 되지 않을 때 나오는 말들은 더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릴 적엔 여울이와 현준이의 뺨을 쓰다듬어 주면 할머니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습니다.엄마 몰래 라면을 끓여 주는 날이면 할머니에게 달려들어 몇 번이나 뽀뽀를 해주기도 했습니다.늦은 밤까지 품에 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던 할머니의 냄새가 좋았고,예뻐 죽겠다며 애지중지 살펴 주던 할머니가 있어 마냥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이제,여울이와 현준이의 손에 쥐여 주던 과자며 옥수수 같은 군것질거리는 할머니의 입으로 들어가기 바쁩니다.할머니는 자꾸만 다른 사람이 되어 갔습니다.이상하고도 이상한 엘리스 할머니가 되어 여울이 앞에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상한 것이 아니고 돌아가는 거랬어.”
 여울이의 절친인 보배는 다시 돌아간다는 말을 할 때 작년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는 것 같았습니다.
 “나이가 많이 들면 아기가 되는 거래.우리 할머니는 항상 배가 고프다며 밥을 달라고 했어.아기처럼.그렇다고 아무 때나 밥을 주면 안 돼.진짜 배고픈 게 아니니까.그 생각을 잠깐 잊게 할 무언가가 필요하지.”
 “그게 뭔데?”
 “음…,동화책을 읽어주거나,노래를 불러주기도 해.”
 “너처럼 목소리가 예쁘지 않은 나는 소용이 없겠네.다른 방법은 또 없어?”
 “제일 달콤하고 맛있는 것을 주는 거야.”
 보배가 쥔 손을 쫙 펴자 여울이가 좋아하는 동물 모양의 젤리가 가득 있었습니다.

 보배가 말한 것처럼 할머니는 아기가 되어 가는 것일까? 여울이는 할머니를 지켜보며 생각했습니다.뜻대로 되지 않자 이제는 마구 물건을 집어던지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가 말을 해야 알지.”
 갑자기 할머니가 리모컨을 누르던 동작을 멈추고 가만히 여울을 바라보다 속삭였습니다.
 “여울아,천천히 걷는 할아버지.뒤뚱뒤뚱 거북이.”
 “응?”
 그때,엄마와 여울이가 할머니의 말에 쩔쩔매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현준이가 갑자기 할머니의 손에서 리모컨을 빼앗아갔습니다.리모컨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할머니는 어린아이처럼 울기 시작했습니다.
 “야? 강현준.리모컨 할머니에게 빨리 돌려줘.어서!”
 울음은 더욱 거세지고 이제는 아예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엄마는 가만 안 두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제야 현준이는 리모컨을 할머니 손에 쥐여 주며 말했습니다.
 “이거 맞지? 할아버지 닮은 거북이 나오는 거.”
 눈물이 맺힌 할머니의 빨간 눈동자가 돌연 화면에 고정되었습니다.주름진 얼굴에는 언제 울었냐는 듯 환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어떻게 알았어?”
 “텔레파시.할머니하고 나하고는 그게 흐르거든.”
 엄마는 퍽이나 그러겠다며 연신 하품을 하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할머니가 떼를 쓸 때마다 현준이는 그게 그렇게 낯설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할머니의 어깨를 토닥인다든지,저 혼자 먹으려고 감춰뒀던 과자를 할머니 품에 안겨주는 일이 많았습니다.정말 할머니와 텔레파시가 통하는 것 같아 여울이는 은근히 현준이가 부러워졌습니다.
 “애들아,너무 보고 싶어.”
 화면 속의 거북이를 보니 할머니는 할아버지 생각이 더 간절해진 모양이었습니다.
 “그렇게 보고 싶어? 꼭 할머니를 찾으러 올 거야.”

 “얼마나 힘들까? 거북이로 사는 거.”
 할머니는 정말 힘든 표정을 지으며 여울이에게 머리를 기대었습니다.
 여울이와 현준이도 뜨거운 모래 위에 배를 대고 짧은 팔과 다리를 천천히 움직이는 거북이,어쩌면 할아버지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정말로 거북이가 되었다면 할머니를 찾으러 오는 것은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래서 보여주는 거야.가고 있다고.”
 “저 짧은 다리로 여기,소이도 섬까지 어떻게 오겠어?”
 현준이가 이죽거리며 말했습니다.
 “만나야 하거든.꼬옥.”
 할머니는 다시 화면 속에 눈을 고정한 채 들고 있던 두부를 마저 먹으며 말했습니다.
 “잃어버린 것들 말이야.떠돌이 개 복실이랑,자전거랑,손전등이랑…그리고 너희 아빠도.보고 싶지 않아?”
 할머니의 낮은 목소리가 소이도의 밀물처럼 여울이에게 밀려왔습니다.

 무언가 사라지면 돌아올 거라고 말하던 할머니의 습관은 어느새 거짓말이 되어갔습니다.
 생일날 받은 로봇 장난감을 잃어버렸을 때도, 마을에 살던 떠돌이 개 복실이가 사라졌을 때도,포구 앞 소이도 횟집 혁이의 자전거를 잃어버렸을 때도 할머니는 ‘꼭 돌아올 거다.울지 마라.’ 그렇게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많았지만,할머니가 돌아올 거라고 얘기한 것들이 진짜로 돌아온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그저 할머니의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기에,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지 않았습니다.하지만 딱 한 번,간절하게 바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바람이 강하고 파도가 거칠어 잃어버린 게 유난히 많던 그 날.등대 민박 할머니의 새로 산 장화와 어촌 계장님의 오래된 손전등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날.여울이네 집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아빠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날,소이도 섬에서 제일 멋진 가수였고,힘센 천하장사였던 아빠는 길고양이에게 생선 몇 토막을 던져준 후,모래사장에 그림을 그리던 여울이에게로 다가왔었습니다.평소보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앉아 있었지만,파도가 커서 자꾸만 바지가 축축해졌습니다.
 “아빠가 멀리 갈 것 같아.오래 여울이를 못 볼 것 같은데,엄마랑 동생 현준이랑 잘 지낼 수 있지?”
 파도가 너무 센 탓이었습니다.드문드문 들리는 아빠의 목소리는 앞으로 여울이가 잃어버릴 것에 대한 예고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파도가 센데? 언제 오는데?”
 그때 저만치 현준이를 안고 있던 엄마의 긴 치마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얼핏얼핏 여울이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참 후 몸을 흔들어 깨우는 엄마의 손길에 느릿하게 눈을 떴을 땐 이미 태풍이 지나간 후였습니다.한숨도 자지 않은 엄마의 충혈된 눈이 유난히 빨갛게 보였습니다.
 “아빠는?”
 “어제 태풍이 셌나 봐. 집 집마다 잃어버린 것들이 많네.”
 여울이는 울음이 쏟아졌습니다.울음소리에 잠이 깬 할머니가 무슨 일이냐며 여울이에게 달려왔지만 무슨 일인지 아는 눈치였습니다.
 “어젯밤 잠을 자지 말았어야 했어.그랬다면 아빠를 잃어버리지 않았을 텐데.”
 여울이는 쏟아지는 울음을 멈추려 했지만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울지 마라,여울아.아빠도 곧 찾을 거야.”
 처음으로 할머니의 말이 거짓말이라도 좋았습니다.무언가 사라지면 늘 그것이 돌아올 거라고 말해 주던 할머니의 버릇처럼,아빠도 환하게 웃으며 현관문을 열고 여울이와 어린 현준이를 안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다섯 살이던 여름.차라리 그런 걸 잃어버렸어야 했던 날,여울이와 현준이는 아빠를 잃어버렸습니다.할머니가 말한 것처럼 곧 돌아올 거라는 기대는 갖지 않을 만큼 커버린 지금.여울이는 열한 살,현준이는 열 살이 되었으니까요.
 “할머니처럼 나이가 들면 보고 싶어지는 걸까? 잃어버린 것들이.”
 여울이가 생각에 깊이 잠겨 있는 동안,한쪽 구석에서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던 현준이가 물었습니다.
“그럴지도 몰라.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면.”
 현준이는 원하는 걸 얻은 아기 같은 표정의 할머니를 가볍게 토닥였고,여울이는 보배에게서 받은 새콤달콤한 젤리를 할머니 손에 한 움큼 올려주었습니다.할머니는 설레는 듯 큰 소리로 되물었습니다.
 “진짜지? 꼭 찾으러 오는 거지? 거짓말은 나빠.”

 “무슨 소리야?”
 다음 날,아침을 먹으며 곧 요양원에 할머니가 입소하기로 했다며,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여울이의 이야기는 듣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할머니 소원인데,그거 하나 못 들어줘?”
 “그건 맞지만,지금 할머니 상태가 그럴 수 없으니까 하는 소리지.너희들이 그랬잖아.할머니는 거짓말쟁이라고.그리고 엄마한테 허락도 안 받고 너희들 마음대로 결정한 거잖니.”
 “엄마도 우리한테 허락 안 받았잖아.”
 “응?”
 “아빠를 잃어버렸을 때…”
 엄마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져갔습니다.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지만 슬프게 무너지고 있는 표정이었습니다.
 “그건…, 엄마가 미안해.엄마랑 아빠는 서로 맞지 않아서 헤어졌지만,많이 사랑했고 그래서 너희를 낳았어.그건 사실이야.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영원히 사랑할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헤어지기로 한 거야.다시 행복해지라고.”
 “근데,엄마는 왜 안 행복해?”
 현준이가 고개를 숙이며 물었습니다.
 “그래 보여? 엄마는 너희 때문에 이렇게 행복한데,정말이야.”
 엄마는 믿어달라는 표정으로 여울이와 현준이를 향해 활짝 웃었지만 정작 보고 있는 아이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할머니가 간절히 원하니까.나랑 현준이도 뭐든 해 보려고.”
 “맞아.나도 나도.엄마도 할머니가 되면 잃어버린 것들이 보고 싶어질 테니까.”
 웬일인지 오늘은 현준이도 여울이의 말을 거들어줍니다.
 “그래서,언제.지금 당장?”

 자전거를 탄 여울이와 현준이는 6월의 햇살을 받으며,바다 내음이 가득한 부둣가를 따라 나아갔습니다.오늘따라 한적한 길목을 따라 천천히 페달을 밟아가다 보니,시원한 미풍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이제 곧 여울이와 현준이가 좋아하는 내리막길이 나올 것입니다.여울이는 브레이크를 잡으며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자전거의 속도를 조절했습니다.
 따릉,따르릉.가속이 붙을수록 바람의 세기도 서서히 강해졌습니다.그렇게 속도를 조절하며 여울이가 현준이와 달려온 곳은 마을의 낮은 곳에 위치한 수족관 앞이었습니다.여울이와 현준이는 자전거를 길가에 세우고 잠시 주저하다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라,얘들아.기다리고 있었단다.”
 수족관 주인은 여울이와 현준이를 네모난 어항이 푸르게 불을 밝히고 있는 곳으로 안내했습니다.
 “어때? 맘에 드니?”
 바닥에는 굵은 자갈들이 넓게 깔려있었고 군데군데 푸른 잎의 식물들이 예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아담한 어항이었습니다.가까이 들여다보니 거북이 등껍질같이 생긴 넓은 돌까지 더해져 진짜 바다처럼 느껴졌습니다.
 “보이니? 이 집의 주인공들이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신기하게도 두 마리의 거북이가 누운 것인지,앉은 것인지 모를 자세로 가만히 있었습니다.
 “와 아,너무 귀여워요. 빨리 이름을 지어주자,누나.”
 “할머니가 좋아하시겠죠?”

 그날 저녁,일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의 손에는 두부가 있었습니다.엄마는 아직 아직 따뜻한 두부에 간장을 끼얹어 서둘러 할머니께 드렸습니다.틀니가 없어도 먹을 수 있는 두부를 할머니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엄마는 두부밖에 몰라? 햄버거도 있고, 통닭도 있는데.”
 현준이의 볼멘소리에 엄마가 말했습니다.
 “두부가 얼마나 좋은데,포슬포슬하고 부드럽고.무엇보다 할머니가 잘 드시잖니.”
 시선을 떼지 못한 채 한 손으로는 수저를 쥐고,다른 한 손으로는 리모컨 대신 어항 안에 거북이를 쫓으며 두부를 먹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엄마와 여울,그리고 현준이가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때 말한 것이 저거였구나.”
 엄마는 여울이와 현준이의 머리를 몇 번이나 쓰다듬으며 조용히 미소 지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할머니가 소리쳤습니다.

 “얘들아,저것 봐! 느려도 꼭 왔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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