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쯤 오고 있을까/세월이 흐를수록/마음도/깊어지는 사람 하나/단풍나무 불붙어/몸살나는 그리움으로 사태질 때/뭉게뭉게 개어가는 하늘이 예뻐/한참을 올려다 보니/그곳에 당신 얼굴이/환하게 웃고 계십니다/그대 모습/그대 생각에 머물면/난 자꾸만 가슴이 뜁니다” 이외수 작가의 ‘가을의 창문을 열면’이란 시(詩)다.가을 어느 날 문득 창문을 열면서 눈 앞에 펼쳐지는 가을전경에 그리운 사람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가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갑자기 가을이 무슨 색인지 궁금해졌다.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온통 파란색이다.한눈에는 다 볼 수가 없을 정도로 그저 푸르디푸른 가을하늘이 무한하게 펼쳐지고 있다.가을 햇볕에 말리는 고추는 빨갛다.가을산도 붉은색이 주도하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곡식이 익어가는 벌판은 황금색이다.은행나무 가로수 거리도 온통 노랗다.

그래서 가을을 특정한 색(色)으로 규정할 수 없다.가을은 세상의 모든 색을 다 드러낸다.이는 자연이 주는 색의 무한성이다.동시에 가을이 색인 까닭은 시간이 흐르면 온갖 색으로 치장했던 것들이 대부분 비슷한 처지가 되는 자연의 섭리를 확인해 주기 때문이다.아름다움을 뽐내던 색이 바래지고 겨울을 기다리는 것이다.

가을색이 짙어질수록 낙엽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그래서 가을색의 향연은 인생과 닮았다.한 여름 푸른 청춘의 시절이 있었다면,그 결실을 보는 가을색의 조화로움과 화려함이 있다.그러나 가을의 색이 바래지듯 인생의 색도 바래진다.사람들이 가을을 탄다고 하는 것도 이런 감정이 작용했을 것이다.자연에서 인간을 보기 때문이다.

지난 달 28일 설악산을 시작으로 올해 단풍이 시작됐다.세상은 어느새 가을색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코로나19로 그 향연을 즐기는 것이 꺼려지기도 하지만,그래도 눈에 들어오는 형형한 가을의 색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가을색은 어떤 것이든 가을이 깊어질수록 그 색 또한 짙어질 것이 분명하다.일단 무한한 가을색을 가슴에 담자.가을은 색(色)이다.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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