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은 달팽이보다 깊더란 말이지

기어 다니는 것들의 먹이보다 깊더란 말이지

살고 싶어 맨살 비비는 데더란 말이지

몸뚱이가 곧 말씀이더라는 말이지



아, 우리

그건 이불처럼 시시한 모순이지

내 사랑이 추울까 봐

바닥에 몸을 둥글게 말고 울지

울다 엎드려 텔레비전을 켜지

텔레비전엔 늘 무언가 재방송되고

사랑을 나누는 동물이나 가시 달린 꽃나무들

피 터지게 싸우는 인간들의 사랑이거나

요동치다 단내 나는 절정들만 있지

바닥은 눌은 자국이지

부럽다는 말을,

눈물에 손가락을 찍어 바닥에다 써 보는 그런 날이

있지

그러면 나는

청록의 물그림자 너울대는 해초 숲으로 헤엄쳐

심장이 터지도록 튀어 오르곤 하지

물방울 바닥을 딛고

조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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