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거덕 절거덕
무거운 생들을 싣고 가는 지하철
어디선가 나는 구수한 냄새
사내의 손에서
빵이 구워지고 있다
평화로운 아기 냄새가
전철 안 그득한 죄들을 용서한다
사내의 손에는 걸어온 길이 검개 패어 있다
그 기름진 손으로
시간에 기름칠을 하며
정형외과 의사처럼 기계의 뼈를 만지고
아내의 살결을 어루만지고
작은 숨결 하나 만들어냈을 터
지상에서 가장 먼 곳으로부터 온
연약한 숨결 하나
숨결 둘, 숨결 셋
그 숨결들 지켜내기 위해
사내의 손은 더욱 검게 패어 갔을 것이다
희고 부들부들한 아이들을 기다리는 시간
새벽의 젖을 응고시킨 말캉말캉한 버터
아침햇살 주워 담은 새하얀 설탕
구름 속에서 퍼 온 강력분 중력분
절거덕 절거덕 반죽되고
말랑말랑한 아이들이 쌔근쌔근 숨을 쉬면
부풀어 오르는 발효의 시간
오픈에서 잘 익어가는 아이들의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
하늘의 계단을 밟고
띵동!
문이 열리고 향기가 진동한다
팔에 안기는 잘 익은 아이들이 따끈따끈하다
강건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