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LOCAL !] L- LABOR 일하면서 즐기는 노마드 워킹

춘천에 사는 최대영(40)씨는 직장은 강남에 있지만 대부분의 업무를 집에서 처리한다.5년 전부터 재택근무의 비중을 점차 높이기 시작해 코로나19 이후로는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보다 집에서 일을 하는 비중이 더 늘었다고 한다.최씨는 “출퇴근 시간이 사라지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업무를 보기 때문에 업무 효율도 높은 것이 재택근무의 장점”이라고 말했다.코로나19는 노마드 워킹의 시대를 앞당겼다.만남과 외출이 자제되는 시대는 역설적으로 정해진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노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사무실에 출근하기 위해 거주지와 생활 패턴을 맞춰야 하는 직장의 고정관념이 깨졌다.관광지로만 여겨지던 강원지역이 즐기며 일할 수 있는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 즐기면서 일하는 노마드 워킹

코로나19 이후 노마드 워킹이 떠오르면서 귀농·귀촌 희망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지역의 한달살기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있다.그간 한달살기는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타 지역 거주자를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지역 노동=농사’라는 고정관념이 작용돼 왔던 셈이다.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서울에서 하던 일을 지역에서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지역에서도 농사가 아닌 보다 다양한 노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특히 한달살기와 노동을 결합한 ‘노마드 일자리’가 새로운 노동의 형태로 떠오른다.

‘이달엔 영월’은 한달살기와 빵 만들기 노동을 결합했다.한나절은 빵집에 노동을 제공하고 숙식을 제공받으며 나머지 시간에는 지역을 여행하는 형태다.정미나 대표는 지난 5월부터 장날에만 빵을 파는 빵집 ‘이달엔 영월’을 운영하고 있다.장날에만 빵을 팔다보니 일손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이런 정 대표의 상황과 지역을 즐기면서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의 니즈가 맞아 떨어져 새로운 노동 모델이 생겨났다.정 대표는 “여행 겸 휴식이 필요한 분들이 오시거나 시골에서 빵집을 여는 것이 꿈인 사람이 먼저 체험해보기 위해 신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다양한 직업을 체험해보며 삶의 경로를 찾아보는 기회도 있다.비영리단체 청년허브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별의별 이주’에서는 춘천을 포함해 영광,옥천 등 전국 각지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직업을 가질 수 있다.춘천은 올해 프로그램에서 ‘이주유학’과 ‘이주발견’의 두 가지 형태로 지원자를 받았다.이주유학 참가자는 분교 초등학생 방과후 활동 교사가 됐고 이주발견 참가자는 춘천 커먼즈필드의 활동가가 됐다.지원자들은 약 2주에서 한 달 간 새로운 직업을 경험하며 춘천에서 생활했다.

■ 노마드 워커 겨냥 코워킹 스페이스

노마드 워커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을 겨냥한 코워킹 스페이스도 떠오르고 있다.강원도는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면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원격 근무 장소로서의 매력이 크다.태백에 있는 ‘무브노드’는 과거 주택과 약방으로 쓰던 공간을 개조해 행사나 모임에 필요한 공간을 대여하며 작업에 필요한 단기 거주공간을 제공한다.춘천 조양동의 주택가에 자리잡은 살롱드노마드 춘천은 한달살기 트렌드로 늘어난 리모트 워커를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다.2018년 2월 개업 이후 100여회의 밋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바비큐 파티인 ‘월간 구이’,춘천에서 유학중인 외국인 학생들과 각 지역의 음식과 음악을 나누는 ‘라틴의 밤’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 5월 강릉에 문을 연 파도살롱은 지역성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강릉지역 로컬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일하기 좋은 공간을 마련,네트워크와 협업의 장을 열어주는 창업기업이다.

파도살롱을 운영하는 김지우 더웨이브컴퍼니 대표는 “멤버십 숫자도 코로나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며 “코로나 이후 유연한 근무환경이 자연스러워지면서 타지역 사람들이 강릉을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노마드 워커에게 강원도는

강원도가 노마드 워킹 지역으로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지역의 콘텐츠와 함께 편안한 업무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지난 7월 20일부터 10일간 ‘이달엔 영월’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현수(23·인천)씨는 “영월 곳곳에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한 감각적인 골목이 조성되면 젊은 사람들의 발길을 더 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5일부터 한달동안 영월에 머문 김도연(38·서울)씨 역시 ‘관광지’ 영월과 ‘거주지’ 영월의 차이를 느꼈던 점이 좋았다고 회상했다.그는 “천천히 도시를 둘러보면서 편안한 영월 읍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김신애 무브노드 대표는 “고립돼 있는 태백의 특성이 조용한 작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장점일 수는 있지만 일하는 장소로서 갖춰야 할 상가,안전 시설 등이 마련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정 keepmi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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