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한 장의 달력으로 걸려 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너와 나는 마주한다



나는 붉은 실로 뜨개질을 하고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엔 눈물이 차 올랐다

너의 앙상한 목에 둘러줄 목도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는데

우리의 날들이 저물고 있었다



이제 갈 시간이야

너는 말한다

이렇게 보낼 순 없어 목도리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

나는 실타래를 당긴다

당길 때 마다 12월이 길어진다

아무것도 가져 갈 수 없다는 걸 너도 알잖아

찬서리 같은 말들이 나의 심장에 박힌다

일어선다

유리잔이 떨어진다

우리의 시간이 산산이 부서진다



등을 보이며 너는

다른 계절로 가는 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세상의 절벽 끝에서 투욱 떨어진 실뭉치가

테이블 아래로 데구루루 굴러간다



너는 떠나고

나는 12월에 갇혀서

봄·여름·가을·겨울 언제나 12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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