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란

얼마나 마음을 단단히 뭉쳤는가가 이 작업의 관건입니다



움켜 쥘 것 없는

손은 생략해도 무방합니다

발이 없어도 어디든 가겠다는 의지로

생각을 굴린다면

좀 더 풍성한 은유가 따라올 것입니다



모자를 머리 위에 올려놓아 보세요

짓누르던 햇빛의 사소한 감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코는 적당히 비뚤어지는 게 좋습니다

앞뒤 없이 한없이 둥글기만 한 것들에게

모서리가 생길 것입니다

맨땅을 뒹굴게 하고 싶겠지만 아무래도 참는 편이 낫겠어요

흰옷에 얼룩을 묻히는 것은

불안을 사랑하는 일

그러다 점점 얼어붙는 기분이 들 테니까요.



웃을지 울지는 알아서 결정하세요.

어차피 보여줄 건 텅빈 미래 뿐인걸요



우리는 사라질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아닌 것의 완성을 소망하며

쓸데없이 한 시절을 바칩니다



보이나요?



미치도록 뜨거운 심장 때문에

온몸이 무너져 내리는 한 사람



당신의 솜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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