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상지대 명예교수

▲ 박정원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상지대 명예교수
▲ 박정원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상지대 명예교수

2021년도 대학입학전형 정시모집 결과가 발표됐다.전국 4년제 일반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3.6대 1로서 작년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수도권대학들은 별문제가 없으나 지방소재 대학들은 평균경쟁률이 2.7대 1에 그쳐 걱정이 많다.학생 한 명이 세 곳에 지원할 수 있으니,경쟁률이 3대 1은 돼야 미달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지방소재 대학 71개가 이 경쟁률에 미치지 못하는데,12개 국립대학도 포함된다.대학마다 서너 개의 인기학과가 평균경쟁률을 끌어올렸다고 보면,실제 미달 가능성이 있는 대학과 학과는 엄청나게 많다.

강원지역 8개 대학(춘천교대 제외) 가운데 네 곳이 모집정원을 채우기 힘들게 생겼다.중대한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이대로 가면 일부 대학은 폐교에 이를지도 모른다.모집인원이 크게 증가한 것은 김영삼 정부에서 대학설립준칙주의를 시행했기 때문이다.그 때 왜 수요·공급을 무시한 교육정책을 강행했는지 이제라도 규명을 해야 한다.

대학이 문을 닫으면,지역경제가 큰 충격을 받게 된다.교직원 수백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고,체불임금만 남게 된다.학생 수 4000∼5000명인 대학이라면 학생들이 매달 지출하는 돈만 최소 15억 원 정도에 이르는데,대학생이 없으면 지역경기도 침체된다.대학가의 식당과 가게는 문을 닫고, 하숙집·자췻집도 모두 빈집이 된다.대학 캠퍼스는 잡초로 뒤덮이고,젊음의 열기로 시끌벅적하던 거리가 적막강산 시골마을로 바뀐다.문화강좌나 취업강좌도 없다.굴뚝 없는 최고의 산업이 사라진 것이다.그리고 많은 대학가 주민들이 짐을 싸서 떠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주민들도 있지만,편하게 자녀를 교육시키던 고장이 아니다.이제 아들 딸을 대학에 보내려면,비싼 비용을 들여 다른 도시로 보내야 한다.교육기회의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란 얘기다.우리는 이미 한중대 사태에서 이런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해결책은 있다.우선,수도권 대학들의 정원을 축소해야 한다.하버드,예일,프린스턴 등 세계의 명문대학들은 1년에 대학생을 1700명 정도만 뽑아 알차게 공부시킨다.우리나라의 비대한 사립대학들은 보통 4000명 넘게 뽑는다.850년 역사의 옥스퍼드도 연고대보다 학생 수가 훨씬 적다.‘지잡대가 너무 많다’는 거짓선동에 속아서는 안 된다.인구 10만 명 당 대학 수가 미국은 1.4개,일본은 1.0개,한국은 0.7개이다.비대한 사립대학의 정원감축이 이뤄지면 대학교육의 질도 높아지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이제,정부가 앞장서서 지역대학을 살려야 한다.현재 수도권 소수 대학에 집중되는 재정지원 방식이 문제다.수도권대학만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므로 골고루 지원하는 것이 옳다.

유럽처럼 대학생들의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현재 대학생들이 내는 등록금 총액은 1년에 13조원 정도다.이에 비해 2020년 정부와 지자체가 저출산대책으로 헛되이 지출한 돈이 45조원이고,10년간 총 200조원에 이른다.생각이 모자라서 못 하는 것이지,돈이 없어 못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대학 무상교육은 서민들과 대학을 살리는 길이고,지역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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