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차용구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
차용구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

바이든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트럼프 지우기에 나섰다.취임 직후 바이든이 서명한 행정 명령에는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국경장벽 건설을 중단하려는 그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트럼프 정부는 미국 남부의 ‘장벽’ 건설 등의 고강도 국경봉쇄 정책을 강행했지만 40만 명의 미국인이 코로나에 희생되면서 세계 최대 방역 실패국가로 전락했다.미국인들은 정부의 잘못된 국경정책으로 인해서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다.

역사를 보면 국경은 중앙정부의 정책적 개입과 무관하게 자연발생적으로 이뤄지는 초 국경적 협력과 통합의 과정이 진행되었던 접경지역(contact zones)으로서,지역간 상호의존과 관용, 새로운 문화의 탄생 등 다양한 모습을 빚어낸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장소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분단의 상징인 한반도의 DMZ는 이제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장소가 되었다.국경의 역사적 반역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삼면이 바다인 한반도 주변수역은 대부분 그 폭이 400해리 미만으로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중첩되어 주변국과의 경계획정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특히 한국,북한,일본,러시아 4개국에 인접하고 있는 동해수역은 여러 국가가 ‘관할권’ 또는 ‘주권적 권리’를 공유하고 있다.해양 분쟁의 해소를 위한 장기적인 전략개발과 실천 가능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국경문제 전문가를 양성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국경을 빠르게 넘나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은 국경의 의미와 기능을 새롭게 부각시켰다.작년 12월 초에도 강원도를 포함한 접경권 3개 지자체,UN 기구와 세계 각국의 국경 연구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접경지역의 평화,환경,발전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여기서 발표되었던 해외의 초 국경적 협력사례는 한국 정부와 강원도의 정책입안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시민단체와 같은 비공식 경로를 통한 환경·사회문화적 국경 협력은 국가 지도자 간 협의에 따라 결정되었던 기존의 하향식(top-down) 정책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교육·문화 등 비정치적 영역에서 국경협력 추진자로 활동했던 해외의 시민단체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남북한 접경지대의 생태 평화와 국경 넘어 북한의 지속가능한 환경보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스자이델 재단 한국 사무소(Hanns Seidel Foundation Korea)와 같은 국제적인 비영리 공익단체 역시 국경협력의 대안적 경로를 제시한 바 있다.

중앙정부는 접경 지자체와 시민 단체와의 협치관계를 구축함으로써 국경협력의 물꼬를 트는 유연한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이를 위해서 국제기구-정부-접경지역 지자체-전문가-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국경 위원회’의 설치를 제안한다.

접경지역 지자체와 시민사회도 국경을 초 국가적 관점에서 생각하고,접경지역 공동의 자산으로 활용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장기적으로 6개의 시·군이 접경지역에 위치한 강원도는 국경 전문가 육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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