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대관령겨울음악제 리뷰
국내 실연 드문 곡 다채롭게 소개
“숨겨진 보석 찾는 기분으로 감상”

▲ 대관령겨울음악제가 7일까지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웃을 일 없는 일상에 날아든 작고 따스한 초대’를 모토로 열렸다. 5일 ‘달콤한 고요’공연모습.
▲ 대관령겨울음악제가 7일까지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웃을 일 없는 일상에 날아든 작고 따스한 초대’를 모토로 열렸다. 5일 ‘달콤한 고요’공연모습.
▲ 6일 열린 노부스콰르텟의 ‘묵상’공연모습.
▲ 6일 열린 노부스콰르텟의 ‘묵상’공연모습.
▲ 7일 ‘발자국’ 공연모습.차웅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로 확대 편성된 '앙상블 더 브릿지'를 이끌었으며,협연자로 나선 성경주 바이올리니스트,조성현 플루티스트,만 14세의 한재민 첼리스트가 한 무대에 함께 했다.
▲ 7일 ‘발자국’ 공연모습.차웅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로 확대 편성된 '앙상블 더 브릿지'를 이끌었으며,협연자로 나선 성경주 바이올리니스트,조성현 플루티스트,만 14세의 한재민 첼리스트가 한 무대에 함께 했다.

5∼7일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1대관령겨울음악제(예술감독 손열음)는 예년보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 어느 해보다 절실함이 담긴 무대들로 구성됐다.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정이 중단되는 아픔 후 1년만에 다시 맞은겨울음악제의 키워드는 ‘기다림’으로 정의할 수 있다.

1차 세계대전 동안 묻혀 있다가 오케스트라로 빛을 본 랠프 본 윌리암스의 ‘종달새의 비상’,브람스가 20개의 현악 사중주를 썼다가 파기하고 10여년 후 발표한 현악사중주 2번 등 오랜 시간 세상에 나오지 않았던 곡들을 선보였기 때문이다.이들을 통해 긴 기다림의 끝에는 빛이 있음을 알렸다.

첫 날 ‘달콤한 고요’에서 철원 출신 소프라노 임선혜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첼리스트 이호찬,피아니스트 박상욱과 함께 헨델의 ‘9개의 독일 아리아’를 선보였다.헨델이 곡을 쓰고 200여년이 지나 출판된 곡으로 국내 초연으로 파악된다.임선혜는 따스하게 감싸는 듯한 목소리로 곡의 바로크적 색채를 끌어내고,내면 깊은 곳의 청량한 울림으로 자연을 강조했다.특히 연주자들이 각자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곡을 해설하며 회화적 풍경을 드러냈다.박상욱은 ‘반사되는 파도의 떨리는 광채가(작품번호 203)’ 연주에 앞서 강릉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에너지가 넘치는 파도의 모습이 곡과 어울려 가져왔다”고 했다.

국내 대표 실내악 단체 노부스 콰르텟은 6일 공연 ‘묵상’에서 24세에 요절한 작곡가 기욤르쾨의 ‘현악 사중주를 위한 명상’을 시작으로 레오시 야나체크의 현악 사중주 1번 ‘크로이처 소나타에 부쳐’,브람스의 현악사중주 2번을 연주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했다.지난해 11월 합류한 이원해 첼리스트의 존재감이 묘한 긴장감을 불러왔고 에너지를 증폭시켰다.기술적 부분 뿐만 아니라 깊이있는 해석도 들려줬다.‘광기’처럼 느껴지는 날 선 연주에서 섬세한 비브라토 울림까지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7일 공연 ‘발자국’에서는 성경주 바이올리니스트,조성현 플루티스트,한재민 첼리스트가 1·2차 세계대전과 관련 있는 곡들을 작곡시간 순대로 선보였다.이날 개막한 평화평창포럼에 배턴을 넘기는 역할까지 염두에 둔 선곡이다.차웅 지휘자는 도내 대표 실내악단체 ‘앙상블 더 브릿지’를 지휘,단원들의 개성을 살리며 풍부한 앙상블을 들려줬다.마지막 곡에서는 협연자들이 한 무대에 서는 진풍경으로 화합의 장을 연출했다.만 14세의 첼로영재 한재민(원주)의 앞날을 비추는 무대이기도 했다.

손열음 예술감독은 공연 전 해설을 위해 무대에 올라 “숨겨진 보석을 찾는 기분으로 들어달라”고 했다.숨겨진 보석은 국내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4곡의 협주곡이기도 했고,음악가이기도 했으며,관객이기도 했다.

이번 음악제는 3일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국내에서 거의 연주되지 않은 곡들을 포함시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겨울음악제의 특색을 놓치지 않았다.대면 공연이 적은 시기인만큼 대중성 높은 안정적 구성을 할 수도 있었으나,오히려 실연이 드문 다채로운 곡들을 소개했다.지루한 일상을 위로하는 대관령음악제만의 방식이다.

손 감독은 “우리가 내딛는 발자국은 어디로 가는가 생각했다.기다림의 끝에 좋든 나쁘든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그것이 어떤 세상이든 유연하게 맞이하자는 마음가짐이 대관령의 선율 속에 숨어있었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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