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출신 임선혜 소프라노 인터뷰
동양인 편견 깬 유럽 무대 20년
친근한 기획으로 고음악 소개
올해 유럽·미국 등 월드투어
“첫 독창무대는 철원성당…
DMZ 철원은 과거 공연도시
문화부흥기 함께 한다면 영광”

▲ 임선혜 소프라노가 2021대관령겨울음악제 개막공연 직후 무대에서 밝게 웃고 있다.
▲ 임선혜 소프라노가 2021대관령겨울음악제 개막공연 직후 무대에서 밝게 웃고 있다.

세계적인 성악가 임선혜 소프라노는 고음악계의 디바,아시아의 종달새 등 많은 수식어를 갖고 있다.수많은 거장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세계무대를 누비는 이 프리마돈나의 어린 시절 첫 독창 무대는 철원성당의 성탄축제였다고 한다.유럽의 자존심인 고음악계에서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오라토리오와 오페라,뮤지컬까지 넘나든 그는 지난 해 유럽 데뷔 20주년을 맞아 보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올해 월드투어도 계획 중이다.지난 5일 2021대관령겨울음악제에서 헨델의 9개의 아리아를 전곡 소화하며 관객들을 만난 임 소프라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음악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는 시기”라며 “자연을 노래하는 아리아를 통해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고향 철원에 대해서는 “지금은 분단의 상징이지만 다시 문화부흥기를 맞을 것을 확신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고음악계 디바’로 불리며 지난 해 유럽데뷔 20주년을 맞았습니다.고음악계에서 유독 주목받아 온 이유를 포함,소회는?
=“고음악의 ‘고’자도 모르던 제게 운명처럼 던져진 300년도 더 된 음악은 선물과도 같아요.제가 동양인이라는 것이 차별의 이유도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더 눈에 띄는 효과도 있었기에 유럽 무대에서 20년 동안 많은 좋은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호기심 많고 일을 즐기는 적극적인 성격이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깼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지난 해 20주년 콘서트가 화제였습니다.토크형식과 깜짝 게스트가 매우 신선했다는 평이 많았는데요.
=“고음악을 주로 하다보니 낯설지만 좋은 곡들이 많아서 소개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이 노래들이 친근하게 울려질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게 되더라고요.그러다보니 이번 공연처럼 사진들을 펼쳐놓고 상상의 나래의 길을 터주거나(헨델 9개의 아리아를 부른 이번 공연에서 임선혜와 협연자 피아니스트 박상욱·첼리스트 이호찬·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각자 여행지에서의 사진과 함께 곡 해설을 들려줬다),1인칭인 ‘나의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등의 시도를 해보고는 합니다.관객 분들께서 참 좋았다고 하실 때 큰 기쁨과 사명감에 따른 보람까지 느끼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유독 힘든 지난 해 어떻게 보내셨나요.
=“올해 안까지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전과 같지는 않습니다.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시간 속에 음악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이런 일을 겪을 수도 있구나…머리로서 생각하기도 했는데,지난 20년의 시간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대관령음악제는 어떤 의미인가요.
=“강원도 출신인만큼 더욱 각별하고 사랑하는 음악제입니다.대관령은 언제 가도 봄,여름,가을,겨울이 아름답습니다.추억이 많아 갈때마다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제가 제 고향 강원도에서 열린다는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그 곳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팬텀’ 크리스틴 역으로 뮤지컬 무대에도 서고,드라마 OST에도 참여했습니다.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동기와 느낌은 무엇인가요.
=“클래식 음악 이외에 이러한 기회들이 오는 건 참 행운인데요.마치 ‘좋은 여행을 다녀오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여행은 그 출발에 늘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떠나지만 그 자체만으로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죠.그리고 좋은 여행을 다녀오면 그 어느 때보다 나의 집이 소중함을 더욱 더 느끼게 되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헨델의 9개의 아리아로 월드투어도 준비하고 들었습니다.월드투어를 통해 전할 메시지와 주요 일정이 궁금합니다.
=“헨델의 9개 아리아와 벨기에 출신 현대 작곡가 윔 헨드릭스의 곡들로 무대를 꾸며 일인 오페라 같은 극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원래 작년 5월에 오프닝이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미뤄지게 되어 올 3월에 벨기에 방송사인 클라라 페스티발의 오프닝으로 기획하고 있습니다.이 아리아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만큼 우리가 가꿔야할 자연과 환경문제를 이슈로 하는 의미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유럽투어는 물론이고 뉴욕 등 미국과 홍콩,중국,싱가포르 등 아시아 투어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고향 철원의 의미는 무엇인가요.어린시절 인상깊은 기억을 공유해 주신다면.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떠나왔지만 방학 때면 늘 철원에 가서 한탄강 또는 담터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겼지요.저의 첫 독창 무대였던 철원성당의 성탄축제,설레는 맘으로 첫 운동회를 맞았던 동송초등학교…세계를 돌아다니다보니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더 커졌습니다.철원의 주상절리,직탕폭포 등 그런 절경이 없더라고요”

-아름답지만 전쟁의 상흔이 있는 고향과 함께 꾸고 싶은 꿈이 있다면.
=“지금의 철원은 DMZ로 분단의 상징이지만 그 이전에는 흥행이 보증된 경원선 문화공연의 중심도시였다는 자료를 읽고 무릎을 친 적이 있습니다.지금은 그 터밖에는 남아있지 않은 철원극장을 중심으로 말이죠.수려한 자연과 한반도의 역사를 대변해 온 철원은 다시 그 문화부흥기를 맞으며 통일을 준비하리라 확신합니다.그 길에 제가 함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영광되고 기쁠 것 같아요!”진행·정리/김여진

◇임선혜 소프라노 프로필
=서울대 성악과,독일 칼스루에 국립음대 솔리스트(최고연주자 과정) 졸업.르네 야콥스와의 모차르트 오페라 시리즈 5편,바흐의 주요 오라토리오 등 음반과 공연실황 DVD 20여 편발매.엘리자베스 콩쿠르 파이널리스트,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애국가 독창,뮤지컬 ‘팬텀’ 크리스틴 다에 역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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