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택트]강원지역에도 ‘제로웨이스트’ 바람, 친환경에 빠진 MZ세대
종이 보냉박스 자체제작 사용
친환경 세제 소분 판매 인기
소창 활용 생리대·마스크 개발
생분해·팜오일프리 비누 제조
바다유리 수집, 액세서리 세공

[강원도민일보 전소연 기자]코로나19로 인한 배달용기 등 일회용품 사용량 급증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조금이라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보자는 취지의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급부상하자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친환경 소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MZ세대에게 소비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서서 자신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작용한다.이에 발맞춰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도 ‘가치 소비’라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지난해 코로나19 3차 유행 이후 플라스틱 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났고 강원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도내 11월,12월 플라스틱류 생활폐기물 일평균 배출량은 146.8t,122.5t으로 각각 전년동월 대비 28.9t(24.5%),13t(11.9%)씩 증가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더는 묻을 곳이 없다는 문제의식이 커지자 사용량을 줄이자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확산됐다.더불어 인류의 생태계 파괴와 이로 인한 기후위기가 팬데믹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각성 또한 운동을 이끄는 배경이 돼 강원지역에도 잇따라 제로웨이스트 가치를 표방하는 업체들이 생겨났다.제로웨이스트 운동에 발맞춰 불필요한 포장재를 줄이거나 쓰레기에 디자인을 가미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등 친환경적인 가치를 담은 제품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도내 기업을 소개한다.

■ 춘천 파파스컷

 

▲ 파파스컷에서 자체제작한 보냉박스
▲ 파파스컷에서 자체제작한 보냉박스


춘천 정육점 파파스컷(대표 허경)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겠다는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육류 포장과정에서 비닐,플라스틱을 줄이고 친환경 채소를 판매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파파스컷은 환경을 생각해 일반 정육점들이 사용하는 스티로폼 포장재를 과감히 내려놓고 종이 보냉박스를 자체 제작해 사용한다.또 매장 내에 진열하는 육류도 일회용 트레이가 아닌 항균작용 기능을 갖춘 다회용 편백나무 트레이를 사용한다.지난해 6월부터 편백나무 트레이를 사용해 지금까지 약 3400개의 스티로폼 접시 폐기물 배출량을 줄였다.채소도 춘천 근교 농가에서 직접 가져온 유기농,무농약 인증을 받은 농산물을 사용한다.허경 대표는 “농산물의 이동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여 사소한 부분까지 환경을 해치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파파스컷의 원칙을 밝혔다.
 

■ 원주 에르마나스 이너피스

▲ 에르마나스 이너피스에서 고객이 세제를 소분하는 모습
▲ 에르마나스 이너피스에서 고객이 세제를 소분하는 모습


원주 에르마나스 이너피스(대표 윤소라)는 설거지 비누,삼베 수세미 등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생활용품을 만나볼 수 있는 원주 최초의 제로웨이스트숍이다.원래 수제 캔들샵이었던 에르마나스 이너피스는 한켠에 작게 세제소분 코너를 시작한 뒤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지자 친환경 상품 판매를 확장,제로웨이스트숍으로 거듭나게 됐다.‘세제 소분 구매’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세제를 새로 구매하는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각자 용기를 가져와서 필요한 만큼만 친환경 등급을 받은 세제를 ‘리필’하는 구매방식이다.세제 소분 일회용품 사용량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 쓰레기 저감 필요성을 느낀 소비자들이 가게를 방문한다.에르마나스 이너피스는 매번 20ℓ 용량의 빈 통을 세척하고 업체에 보내 세제를 공수해온다.

세제 소분과 더불어 친환경 빨대,고체 치약,대나무 칫솔 등도 인기다.플라스틱 대신 생장력이 빠른 대나무로 만든 대나무 칫솔은 사용에 불편함도 적어 고객들이 자주 찾는다.윤소라 대표는 “최근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져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러 오시는 손님이 늘었다”며 제품 수요 증가세에 대해 설명했다.에르마나스 이너피스는 샴푸바,린스바,바디워시바 등 플라스틱 용기가 따로 필요 없는 비누형태의 욕실용품을 만드는 ‘제로웨이스트 클래스’를 준비 중이다.


■ 원주 퀸비스토어

▲ 퀸비스토어 바른소창마스크
▲ 퀸비스토어 바른소창마스크

원주 퀸비스토어(대표 정미란)는 몸에 직접 접촉하는 화학약품을 줄여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친환경 생활용품 온라인 판매샵이다.정미란 대표는 아토피로 힘들어하는 자녀를 위해 면 생리대에 관심을 가지다 직접 식약청 허가를 받은 실험실에서 친환경 면 생리대를 개발하기 시작했다.정 대표는 “화학물질이 없는 제품을 사용하면 몸이 제일 먼저 안다”며 친환경 제품의 장점을 설명했다.코로나19 이후에는 형광물질과 화학물질을 첨가하지 않은 필터 교체형 ‘바른소창 마스크’를 개발해 텀블벅 펀딩에도 성공했다.소창은 화학섬유가 생기기 전부터 사용하던 전통 면 원단으로 유해물질이 없기 때문에 예민한 피부에도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고있다.일회용품 사용을 대신한 면 생리대와 면마스크 사용으로 폐기물량을 줄이는 환경보호도 실천할 수 있다.

퀸비스토어는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천연 수세미,소창 주머니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도 판매한다.정 대표는 “앞으로 의료용 실리콘을 활용한 면 기저귀 신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일회용품을 대신할 제품 개발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강릉 파도 스튜디오

강릉 파도스튜디오(대표 채화경)는 우리의 몸을 정화하고,지구까지 정화하자는 가치를 담은 비누를 제조한다.서핑을 즐기기 위해 강릉에 정착하게 된 채화경 대표는 비누에도 지역의 자연과 사람을 존중하는 서퍼들의 정신을 담았다.파도스튜디오는 비닐,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지속 가능한 방식을 추구해 땅속에서 분해되는 생분해 비닐을 포장재로 사용한다.사업 초기에는 비누 크기에 맞는 생분해 비닐이 없어 채 대표가 직접 업체를 설득했다.채 대표는 “포장재 하나를 위해 수고로움이 배로 늘었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파도스튜디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생분해 비닐이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파도스튜디오의 비누는 저온 숙성 비누제조기법으로 만들어져 일반 비누와는 달리 생분해돼 자연을 해치지 않는다.또 오랑우탄 서식지를 훼손하며 얻는 팜오일을 원료로 첨가하지 않는 팜오일프리 비누도 제작한다.자난 1월에는 플라스틱 없이 그릇을 닦을 수 있는 맨손설거지 비누 텀블벅 펀딩에 성공하며 제로웨이스트족의 관심을 모았다.


■ 횡성 바다 한조각

▲ 바다 한 조각 바다유리 선캐쳐와 비치코밍 엽서
▲ 바다 한 조각 바다유리 선캐쳐와 비치코밍 엽서

횡성 바다 한 조각(대표 임지희)은 동해에서 수집한 바다 유리,조개,유목을 재료로 악세서리,인테리어 소품 등을 만든다.바다한조각은 서핑을 즐기던 임지희 대표가 해안가의 쓰레기를 줍는 ‘비치코밍’을 하다 줍는 마모된 유리 쓰레기로 공예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얻으며 시작됐다.국내에서 한해 약 1t 가량의 유리가 바다에 흘러 들어가 해안가 환경을 훼손한다.임 대표는 버려진 유리가 마모돼 자갈 형태를 띠는 ‘바다유리’를 수집해 세척과 살균을 거쳐 수집한 모양 그대로 세공해 액세서리를 제작한다.지난 1월에는 인테리어 소품인 ‘바다유리 선캐처’가 큰 관심을 받으며 텀블벅 펀딩에 성공했다.바다유리 선캐처는 바다 유리를 하나하나 선별한 뒤 스테인드글라스 기법을 사용해 만든 장식품이다.선캐처와 더불어 직접 비치 코밍 하며 찍은 사진들로 만든 ‘비치코밍 엽서’도 내놓았다.더 많은 사람들이 비치코밍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기를 바라는 바다 한 조각의 바람이 담겼다.임 대표는 “다양한 디자인의 업사이클링 제품을 출시해 해양쓰레기에 대한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소신을 밝혔다. 전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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