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일 전 춘분이 지나가고

낮의 키가 조금 길어졌다.

바빠진 태양이 출석을 부르면

답하는 생명마다 햇빛 한 줌 받아 쥔다

꽃다지 생강나무 새벽부터 문을 열고

산벚나무, 개나리, 산수유도 출석이다.

처음으로 얼굴 내민 아기 뱀도 대답하고

발성연습으로 밤을 샌 개구리도 바삐 등교하는 봄

결석계를 낸 먹장구름 한 무리 갑자기 나타나

우두두둑 우두두둑 봄을 흔든다.

내일은 누가 전학이라도 오는 걸까

날마다 가슴이 두근대는 봄

여름은 오늘도 마을 어귀에서 맴돌다 간다.



심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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