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2월 강원도는 코오롱글로벌 등 기업대표들과 함께 ‘중국복합문화타운 조성사업 프로젝트 론칭’을 공식 선포했다.이 사업은 춘천과 홍천에 걸쳐있는 라비에벨 관광단지에 인천차이나타운,LA차이나타운과 같이 중국문화 체험공간을 조성해 새로운 관광명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이곳에는 중국 전통거리,한류영상 테마파크,K-팝 뮤지엄,중국 전통정원과 푸드코트와 함께 공연장과 체험공간 등 한중 문화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난 3월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청원이 등장했다.“중국이 동북공정 등 역사왜곡과 김치,한복,갓 등 우리의 고유 문화까지 ‘약탈’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땅에 중국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이 주장에 대해 13일 현재 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이는 강원도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숫자다.

이같은 반발을 의식해 한중문화타운으로 명칭을 변경한 강원도는 순수민간자본으로만 추진되는 사업으로 한국과 중국의 다양한 문화와 IT기술이 접목된 관광단지를 개발하고자 하는 계획에 불과하며 일부에서 우려하는 차이나타운 형태의 중국인 집단 거주시절은 아니라고 밝혔다.이어 “일부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한 허위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산돼 기업의 정상적 투자활동과 지역경제 성장을 위한 공공의 노력이 폄훼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강원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한중문화타운 건설에 대한 반대여론은 식을 줄을 모른다.이 사업이 중국 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을 조성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또한 언제부터인지 중국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그동안 중국의 한국문화에 대한 노골적 폄훼나 왜곡이 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이같은 중국의 태도로 인해 젊은층을 중심으로 대다수 국민들의 반중 감정은 누적되어 왔다.

특히 최근 한복 등 우리 전통복식에 대한 것부터 우리 고유음식인 김치까지도 중국이 원조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중국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은 최고조에 달했다.우리의 전통문화를 예속시키려는 것은 물론 정체성마저 훼손하려는 의도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사람들이 50만명이 넘어설 정도로 반중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도 이에 기인한다.

다만,이같은 반중 정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한반도를 둘러싼 엄혹한 주변정세 때문이다.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전략에 맞서 미국은 호주와 인도,일본을 연계하는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로 대응하면서 한반도 주변의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의 정치적,경제적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군사적 시위를 할 정도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이미 세계는 미·소 경쟁구도에서 미·중이 대척점에서 대립하는 ‘신냉전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한반도는 그 전선의 중심에 있음은 물론이다.지정학적으로 미·중 간에 끼여있는 한국은 험난한 현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은 한국의 쿼드 참여를 압박하고 있지만,이는 중국과의 경제적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여기에 북핵 등 한반도 긴장과 분단상황이 우리를 억누르고 있다.그렇다고 동맹관계인 미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할 수도 없다.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곤혹스런 처지에 몰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상황이다.이런 상황에서 ‘강원도형 차이나타운’ 건설 논란으로 드러난 반중국 감정이 다시 표출되는 것이 과연 이로운지 생각해 볼 일이다.중국의 노골적 도발에 분노하면서도 동시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엄중한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정녕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꿈꾸는 것은 희망고문에 불과한가. 강원사회연구소장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