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된 사북 [3]사북항쟁구술자료총서
대담자 10명 항쟁 전후 구술
공수부대 투입될 뻔한 과정
여성·임산부 고문 증언 수록
국가폭력 초점 보고서도 발간

▲ 1980년 사북항쟁 당시 거리에 운집한 군중들.사진제공=정선지역사회연구소
▲ 1980년 사북항쟁 당시 거리에 운집한 군중들.사진제공=정선지역사회연구소

“가만히 그 생각을 했어.광부들을 대하는 그 인격적인 문제들.그 다음에는 임금 착취하는 방법.그럼 이것을 바꾸자면은 노동조합 밖에 못 바꾸지 회사를 바꿀 수 없잖아요”

1980년 4월 21일 일어난 사북항쟁 당시 노동조합 운동 최일선에 섰던 이원갑씨 전 사북민주항쟁동지회장 목소리다.

▲ 사북항쟁구술자료총서
▲ 사북항쟁구술자료총서

대한민국의 4월에는 유독 아픈 역사가 많다.제주의 4·3 사건,7년전 세월호 참사,그리고 강원도에는 사북항쟁이 있다.지난 21일 제41주년을 맞았다.어용노조 퇴진과 임금인상을 요구한 사북항쟁은 안경다리에서 경찰의 최루탄에 맞서 투석전까지 다다르며 극단으로 치달았다.나흘만에 노·사·정 대표의 협상을 통해 평화적 해결을 이뤘지만 항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그 이후에도 신군부의 감시와 탄압에 시달렸다.임금이 오르는 등 탄광촌의 사정은 분명 좋아졌지만 항재 주도자로 낙인 찍힌 이들은 외면의 대상이기도 했다.

‘사북항쟁 구술자료총서’는 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 소속 사북팀이 사북항쟁 관련자들을 구술면담한 내용을 정리한 자료집이다.‘항쟁의 발발과 명예회복 과정’,‘여성의 탄광살이와 항쟁 참여’,‘항쟁과 그 이후의 삶’ 등 총 3권으로 구성,이원갑,황인오,신경,윤병천,최돈혁,이정근,이명득,장분옥,조순란,이옥남 씨 등 항쟁참여자와 주변 인물 10명의 입을 통해 항쟁 전후 상황 상세히 담아냈다.196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의 사북 지역사회를 이해하는 기초자료로도 의미가 있다.

▲ 사북항쟁의 발단이 됐던 지프경찰차의 전복모습.당시 노조원 동향을 감시하던 정선경찰서 소속 사복경찰관들은 정체가 발각되자 노동자들을 피해 도주하다 광부들을 들이받았다.  사진제공=정선지역사회연구소
▲ 사북항쟁의 발단이 됐던 지프경찰차의 전복모습.당시 노조원 동향을 감시하던 정선경찰서 소속 사복경찰관들은 정체가 발각되자 노동자들을 피해 도주하다 광부들을 들이받았다. 사진제공=정선지역사회연구소

사북항쟁의 상징으로 알려진 이원갑 씨는 증언을 통해 공수부대가 투입될 뻔 했던 과정을 설명하고 황인오 사북민주항쟁동지회장은 1985년 시작한 가톨릭광산노동문제상담소 활동과 사북항쟁 참여자들이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 받는 과정을 증언했다.

황 회장은 1980년 서울 미스유니버스 대회장 점거 미수 사건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광산 노동자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목소리도 담겼다.항쟁에 참여한 여성들은 경찰에 끌려가 모진 고문과 성적 학대를 당했고 임산부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사북 사택부인회장을 지낸 고 이명득 씨는 “임신한 놈을 얼마나 들고 패고,고춧가루 물을 막 해가 주전자로 입에 퍼넣고 해가지고,뺨을 치고 해가지고 나와가지고 애도 지웠다”며 당시 참상을 증언한다.

정선지역사회연구소 등이 지난해 부터 공동 연구한 보고서가 지난 20일 발표되기도 했다.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펴낸 ‘80년 사북사건 보고서’를 비롯해 수천 쪽의 문건과 피해자 등 40∼50여 명의 구술을 통해 만들었다.국가폭력에 초점을 맞춰 종합 분석한 첫 결과물이다.여기에는 좁은 공간에서 자행된 사실상의 공개 고문과 성적 유린 등의 실태가 담겼다.지역 단체는 이를 바탕으로 정부의 공식 사과도 요구해 나갈 방침이다.

사북항쟁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2008년에는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로부터 사북항쟁 당시의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받았지만 정부 차원의 사과는 없다.권력과 자본의 노동 착취와 비인간적 대우에 맞서 싸운 이들이 ‘폭동’이라는 이미지에 갇힌 채 명예회복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한 신경씨의 말이 인상적이다.“진실이 조금이라도 밝혀져 사회에 보탬이 됐으면 싶다.한 마디라도 진심,그것을 생각해 달라” <끝>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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