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의호 태백주재 부국장
▲ 안의호 태백주재 부국장

올해 불혹의 나이가 된 태백시는 여전히 외부 요인에 의해 극심한 부침을 겪고 있다.90여년 전 일제강점기 당시 석탄이 발견되며 조용한 산골마을에서 탄광도시로 변모했던 이 지역은 광복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을 계속,지난 1981년에는 삼척군에서 장성·황지읍을 분리해 태백시로 탄생했다.이때만해도 새로 태어난 태백시가 인구 30만 이상의 강원남부권 대표도시로 순탄하게 성장할 것을 의심하는 주민은 하나도 없었다.그러나 1980년대 중반 국제유가 하락 등 외부 요인으로 석탄의존율은 뚝 떨어지며 장밋빛 전망은 사라졌다.특히 정부가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를 진행하며 인구마저 급감해 위기감은 더 커졌다.실제로 1987년 말 12만 208명이던 인구가 올 4월 말 현재 4만2183명으로 줄어 앞으로 시(市)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도 아슬한 상황이다.이같은 인구감소 문제는 교육환경에도 영향을 끼쳐 주민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교의 경우 당장 내년에 지역 중학생이 타지 유출없이 전원 지역고교에 진학한다 해도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해 학급 수 감축뿐 아니라 폐교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70년 전통의 태백기계공고가 학교 이름을 포함해 모든 것을 바꾸는 재구조화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특히 이번 재구조화사업의 경우 학교의 발전방향으로 선정한 국방분야의 상징성과 대표성을 선점하기 위해 학교 이름을 ‘한국국방과학고(가칭)’로 바꿀 계획이어서 지역 상징성마저 포기하며 생존을 모색하는 지역사회와 동문들의 마음이 더욱 애틋하다.

학교는 지난해 9월부터 7개월간의 사전 작업을 통해 ‘태백기계공업고 학교구조 개편과 재구조화와 계획’을 마련,최근 도교육청에 제출했다.계획에는 현행 자동차기계과,특수기계과,전기과,자동차과 등 4개과 5학급을 AI융합과와 국방무인시스템과 2개과 4학급으로 축소 개편하는 안이 포함됐다.신설개편할 국방AI융합과는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초광역 네트워크 전술통신체계,무선통신 암호화기술을 교육하게 되며 미래국방 전술종합체계 구축을 위한 국방개혁 2.0에 맞춘 스마트 국방에 반드시 필요한 교육과정이다.또 국방무인시스템과는 방위산업 무기체계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과정으로 무인무기시스템에 대한 설계,제작,운용에 대한 교육을 통해 이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게 된다.

지난해 9월 1일 취임한 문명호 교장은 이번 계획안 제출에 앞서 국내 관계기관과 방위산업체,대학 등 100곳 이상의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며 업무협약 등을 통해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지역과 도내 교사와 학생,관계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응답학생의 10명 중 8명은 한국국방과학고로 진학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는 등 발전 가능성도 확인했다.방위산업체로부터도 졸업생 취업과 현장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특정학교를 지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던 태백시도 이번 재구조화사업에 전폭적 예산지원을 약속,내년 3월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 학교의 개편작업은 탄력을 받고 있다.계획안 제출로 공은 이제 도교육청과 교육부로 넘어갔다.지역 생존의 시금석이 될 태백기계공고의 도전에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주민들과 함께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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