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배 강릉주재 취재부국장
▲ 홍성배 강릉주재 취재부국장

코로나19 시대를 살면서 더욱 그런 느낌이다.감염병 확산이 우려돼 가급적 약속을 하지 않으려 애쓰고,때론 보고싶은 사람이 있어도 꾹꾹 눌러 참고,화급을 다투는 일이 아니면 후일에 만나자며 뒤로 미뤄놓지만 한두번쯤 연기를 하다 보면 인간관계가 무너지고 찾던 사람도 동이 날까 싶어 날을 정하게 된다.

약속 날엔 예전에 하지 않던 일들을 하게 된다.마스크는 기본으로 챙겨 써야하고 혹시 줄이라도 끊어지거나 마스크를 챙겨오지 않은 일행을 위해 여유분도 재킷 안주머니에 더 챙겨간다.집 밖을 나설 땐 혹 미열이 있는지 집에 사둔 체온계로 자가진단 아닌 진단을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약속 장소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예전 같으면 탁 트인 홀에서 편안하게 자리를 하면 됐지만 코로나19가 몰아닥치면서 속칭 ‘골방’이라고 불리는 별도의 방을 미리 잡아놓아야 마음이 놓인다.각방으로 분리된 공간이 없으면 칸막이라도 잘 설치돼 있는지 주인에게 세심하게 물어봐야 한다.견원지간도 아니면서 서로를 피해 다녀야 하는 야릇한 세월이지만 어쩔 수 없다.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싸우면서도 꼭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예민한 정성을 쏟아야 한다.이런 일상은 코로나19 시대에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것이다.생경한 일이지만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 사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지자체에서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최대한 외출 자제와 개인 방역수칙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런 당부 중에 강릉에서는 지역 말(사투리) 버전도 등장해 웃음으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야들아 니들(너희들) 코로나에 안 걸리려면 우떠해야(어떻게 해야) 되는지 아나.우선 바깥에(밖에) 돌아댕기다(다니다) 오믄(오면) 쫄쫄 흐르는 물에더거(물에다가) 손을 싹싹 문대(문질러서)서 싹 씻거이대(씻어야 돼).씻지두 아는 손목재이루(손으로) 돌아치다가는 코로나에 찍빵(곧바로)으로 걸래(걸려).또 아들이 나빤대기(얼굴이)가 시뻘거커든 니 혹시 코로나 걸린기(걸린 것이) 아이나 하고 물어봐이대(봐야돼).남이구(남이거나) 내구(내거나) 이마빼기(이마)가 짤짤 끓거든 놀램쩌래(빨리) 보건소나 선별진료소로 쪼차(달려)가 검세(검사)를 받으이대(받아야돼).꼭가이대(꼭 가야돼) 알아째(알았지).

이런 사투리는 정겨우면서도 감염병 확산을 차단하고 개인수칙을 준수토록 하는데 강력한 백신이 되고 있다.지난해 2월 중국에서 넘어온 코로나19는 현재 확진자가 12만5000여명을 넘어서고 있고 하루 확진자만 600~700명 대를 오르내리고 있다.강릉의 경우 최근 주문진발과 외국인 노동자발 코로나가 연거푸 터지면서 하루 최대 40명씩 넘게 발생,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이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소상공인 등은 심각한 경제적 타격에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전체에 큰 피해를 입고 있으면서도 코로나가 계속 번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복합적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관계불안 해소를 위한 ‘약속행동’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만남을 멈추는 것은 쉽지 않다.하지만 감염병이 번지는 속에서 약속에 이은 ‘만남’을 절대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감염병을 이기기는 어렵다.이러다 지극히 자율적인 개인적 약속도 누군가에 의해 통제될까 두렵다.그러기 전에 코로나가 사라져 새로운 강릉 사투리 버전이 나왔으면 좋겠다.

알코 드래요(알려드려요).인제는(이제는) 마스크르 내 꼰지구(버리고) 막돌아 댕게도(막 돌아다녀도) 된대요.사람 속을 그러그러(그렇게) 쎄기던(썩이던) 코로나가 음써(없어)졌대요.소설들이(식구들이) 마카(모두) 어불래(어울려) 지약(저녁)도 먹고 단오 귀경(구경)으 해도 된다잖소.이 울매나(얼마나) 방굽소야(반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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