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도 원주본사 본부장
▲ 김의도 원주본사 본부장

벌써 5월도 끝자락이다.산과 들에는 녹색으로 가득하지만 황사로 뿌연 하늘을 보면서 그 옛날 맑은 하늘이 그립다.특히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때 황사는 시쳇말로 짜증나게 한다.

황사로 시야가 가려진 하늘을 보면서 고교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이양하 수필가의 ‘신록예찬’이 떠올랐다.제목은 떠오르는데 내용은 가물가물하다.인터넷에서 찾아 고교시절로 돌아가 글을 읽었다.눈에 띄는 대목을 옮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나날이 푸르러가는 이산 저산,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 하지 아니한가?’

그러나 글을 쓰는 이 순간 하늘은 황사로 명랑하지 않다.언제 부턴가 5월의 하늘은 황사와 미세먼지로 가득하다.왠지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도 무겁다.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가정의 달이라고 이름 지은 어린이날·어버이날과 동시대를 살면서 늘 마음 한켠 짐으로 남아있는 5·18광주민주화 운동 기념일도,그리고 온 누리를 대자대비(大慈大悲)로 가득 채우기를 기원하는 부처님 오신 날도 지났다.

지금은 5월의 끄트머리에 서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하늘을 뒤덮는 황사와 미세먼지를 보며 코로나19로 활로를 잃은 서민의 삶이 오버랩된다.언제나 마스크를 벗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는지.그리고 마음을 우울하게 하는 황사와 미세먼지로 해방될는지.기대해보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다.

또다시 이양하 선생의 신록예찬이다.

‘초록이 비록 소박하고 겸허한 빛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때의 초록은 그의 아름다움에 있어 어떤 색채에도 뒤지지 아니할 것이다.예컨대,이러한 고귀한 순간의 단풍 또는 낙엽송을 보라.그것이 드물다 하면,이즈음의 도토리,버들,또는 심산에 있는 이름없는 이 풀 저 풀을 보라.그의 청신한 자색,그의 보드라운 감촉,그리고 그의 그윽하고 아담한 향훈,참으로 놀랄 만한 자연의 극치의 하나가 아니며,또 우리가 충심으로 찬미하고 감사를 드릴만한 자연의 아름다운 혜택의 하나가 아닌가?’

맞는 말씀이다.걷기운동을 하다 만난 꽃들을 보며 그래도 위안을 찾는다.산책로에 핀 금계화 작약 꽃의 자태가 나도 모르게 휴대전화 카메라를 작동시킨다.그리고 여기저기 고개를 내민 이름모를 들꽃이 소박하다.등산로 화단의 꽃 그리고 거리 공터에 조성한 꽃밭에 핀 꽃들의 아름다움과 꽃 내음이 지나는 이들의 마음에 작은 평안을 준다.

이제 며칠 있으면 6월이다.멀지 않았던 그 옛날 6월은 보릿고개로 일컬어지는 춘궁기(春窮期)였다.지금은 모가수의 히트곡이지만 우리 내 부모들이 겪은 고난의 행군시기였다.보릿고개를 슬기롭게 넘긴 부모님 세대처럼 코로나19 등으로 정신적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모두에게 힘이되고 지혜롭게 넘기는 녹음의 6월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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