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태 평창 주재 국장
▲ 신현태 평창 주재 국장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말이 있다.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이 말은 ‘교활한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가 삶긴다(狡兎死走狗烹)’는 뜻으로 필요할 때 이용하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버리는 것을 비유한다.이 말이 요즘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2018평창동계올림픽 메달플라자 광장에 현수막으로 걸려있다.물론 주민들의 분노가 담긴 다양한 문구의 현수막과 함께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주 개최지인 평창군 대관령면 주민들은 2024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의 지역 주 사무소 설치 문제로 단단히 화가 나 있다.이유는 2014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조직위가 최근 현재 서울에 있는 주 사무소를 대회준비가 본격화되는 내년 1월 강릉으로 이전하기로 했다는 계획이 알려졌기 때문이다.이 소식을 접한 대관령면번영회 등 각급 사회단체 대표들은 지난 25일 횡계리 올림픽메달플라자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2024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주 사무소를 평창을 제외하고 타 지역에 설치하는 것에 강력 반발했다.

주민들의 반발은 대관령면을 벗어나 평창군 전체로 확산하는 분위기로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개최와 이후의 여정에서 늘 평창이 소외돼 왔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이제는 분노의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2010년 동계올림픽 부터 3번의 도전 끝에 유치에 성공하기까지 평창군민들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유치활동에 앞장섰고 성공대회를 치르기 위해 생업을 팽개치고 동참,역대 최고의 성공 올림픽을 개최한 자긍심이 있었지만 중요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불거지는 지역 소외에 이젠 반발을 넘어 분노와 허탈감을 토로하고 있다.

올림픽 유치 후인 지난 2014년에는 정부가 경제성을 이유로 올림픽 개·폐회식장을 평창에서 강릉으로 옮기려 하자 평창군민들은 올림픽반대투쟁위까지 구성해 강력 반발,당초 계획대로 추진되는 진통을 겪었고 올림픽 개최 후 강원도는 1주년 기념행사 장소를 강릉으로 선정해 군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당시 평창군민들은 폭설이 내리는 궂은 날씨속에 버스 수십대에 나눠 타고 강원도청을 방문,항의집회를 열었고 결국 기념식은 평창에서,기념대축제는 강릉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같은 과정을 익히 알고 있는 대관령 주민들에게 이번에 다시 불거진 2024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주 사무소 이전 문제는 기존에 쌓여 온 지역소외감에 불을 붙이는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

가뜩이나 주민들은 올림픽이 막을 내린지 3년이 지났지만 주 개최지에 이렇다 할 유산사업이 진척되지 않는 현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이는 시점에서 불거진 이번 일에 당혹감을 넘어 분노를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대관령면 횡계리 입구 도로변에는 ‘한국 스키의 발상지’라는 오래된 작은 표지석이 설치돼 있다.그만큼 대관령 사람들은 대한민국 동계스포츠의 메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개최할 수 있었던 것도 대관령에 스키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집회에 참가해 성명서를 읽고 구호를 외친 주민들은 토사구팽의 심정을 토로하며 주민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대회 반대를 넘어 대회 보이콧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세계 청소년들의 겨울축제가 될 2024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가 지역주민들의 외면으로 반쪽대회가 되지 않도록 사려 깊은 성찰과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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