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은복 양구주재 부장
▲ 안은복 양구주재 부장

인구 2만2114명의 소도시 양구(楊口)가 시끄럽다.

전직 군수는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구속되고 현직 군수는 주민소환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국방개혁2.0과 코로나19,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는 양구.개발 동력까지 부족한 양구.협치와 화합으로 현재 처한 위기를 극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분오열되고 있는 양구.

본래 양구(楊口)는 버드나무 고을답게 남을 이롭게 하고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인심으로 유명했다고 한다.양구(楊口)는 선조25년(1592) 새로 부임한 감사가 금강산에 이르는 길목의 첫 고을인 이곳을 지나다가 아름드리 수양수림(垂楊樹林)을 보고 이 고을을 양구(楊口)라고 한 것이 오늘까지 불려오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버드나무는 예부터 천연 진통제로 사용될 정도로 인류 의학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기원전 1543년경에 쓰인 파피루스 기록에는 기원전 3000년경부터 고대 이집트인들은 버드나무를 진통제,소염제로 사용했다.1899년 독일의 제약회사 바이엘(Bayer)에서 일하던 펠릭스 호프만은 위에 부담을 줄이고 맛을 개선한 ‘아세틸살리실산’을 개발,아스피린(Aspirin)을 출시했다.현재에도 아스피린의 잠재적인 효능에 관한 연구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이처럼 버드나무는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식물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버드나무의 고을 양구(楊口)가 언제부터인가 양구(兩口)가 되어 버렸다.양구(兩口)가 된 가장 큰 원인은 ‘말’이다.그래서 ‘둘’이란 뜻을 가진 ‘량’을 써서 양구(兩口)인가 보다.

법정 스님은 ‘말’에 이렇게 조언했다.스님은 “내가 두 귀로들은 이야기라 해서 다 말할 것이 못되고,내가 두 눈으로 본 일이라 해서 다 말할 것 또한 못된다.들은 것은 들었다고 다 말해 버리고,본 것을 보았다고 다 말해버리면 자신을 거칠게 만들고 나아가서 궁지에 빠지게 한다(중략).세치의 혓바닥이 여섯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고 했다.

세계적인 작가 박수근 화백이 태어나고 묻힌 곳,한국의 테레사 이해인 수녀님이 갈등이 아닌 사랑과 평화,그리고 감사를 외치신 곳,서민의 삶의 애환을 닮은 조선 백자의 뿌리인 곳이 양구다.

양구군민들에게 묻고 싶다.양구(楊口)에 살길 원하는지 양구(兩口)에 살고 싶은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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