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남수 강원사회조사 연구소장
▲ 천남수 강원사회조사 연구소장

60년대생 80년대 학번인 필자로서는 MZ세대로 불리는 청년세대의 등장이 두렵다.지난 11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30대의 이준석 후보가 기성 정치인을 누르고 헌정사상 첫 제1야당의 대표가 되는 것을 직면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건 우리가 진짜 기성세대가 됐다는 사실을 자각한 것이다.이른바 ‘이준석 현상’은 청년세대의 본격적인 등장을 의미한다.이는 민주화의 주역이자,사회변혁을 이끌어왔다고 자부하는 86세대에 대한 청년세대의 거친 도전이 시작됐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필자를 비롯한 86세대들이 당혹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30년 전 86세대가 정치권 등 사회 전방위적으로 등장한데는 이들이 주도했던 1980년대 민주화운동이 바탕이 됐다.당시 정치권은 새로운 피를 수혈한다는 명목으로 30대였던 86세대를 대거 끌어들였다.정치권에 진출한 86세대들은 정치권 전체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기성 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의 청량제가 됐다.기성 정치인들은 이들을 적절히 활용했으며,이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기득권도 유지했다.당시 386세대는 정치권 뿐만 아니라 벤처기업 창업 등 경제분야에 변화를 몰고왔고,사회적 담론을 주도하고 다양한 문화생태계를 일구기도 했다.이제 시간이 흘러 ‘386’은 ‘486’으로,지금은 ‘586’과 ‘686’이 됐다.

그동안 우리는 밀레니엄 시대를 거쳐 AI 등 최첨단 디지털로 상징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다.이런 가운데 SNS를 통한 초광속의 네트워크와 모바일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청년세대가 등장하게 된다.이들은 모바일과 인터넷을 무기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스스로 논리를 갖추고 조직화했다.기성 정치권의 필요에 의해 전략적으로 발탁됐던 86세대와는 출발부터 달랐던 것이다.주체적으로 등장한 만큼 기성세대의 눈치를 볼 이유도 없었다.4·7재보궐선거는 청년세대 등장의 상징적 사건이 됐다.이들은 최신 트렌드와 개인의 행복을 우선하면서도 ‘비대면 조직화’를 통해 정치적 선택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행동한다.이는 ‘청년세대의 권력화’를 의미한다.

이제 86세대 입장에서 청년세대에게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먼저 청년세대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성장과 공정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이나 방안이 제시되고 검증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선언적 혁신보다는 미래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 담겨있어야 그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다.세대교체 역시 역동성 못지않게 시대정신의 구체성이 있어야 한다.‘이준석 현상’이 세대교체로 머물러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년세대의 전면 등장은 지역주의 정치시스템에 갇혀 있던 우리 정치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하지만 지역주의를 뛰어넘는 더 큰 변화가 필요하다.무엇보다 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풀어야 한다.사회적 양극화는 세대의 문제를 뛰어넘는 문제다.이를 해결하는 것은 정치의 본령이기 때문이다.또한 청년세대들은 지금 공정을 내세우면서 권리를 주장하지만,그만큼 책임도 따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기성세대를 향한 공정의 잣대를 자신들에게도 엄격하게 들이댈 수 있을 때 청년세대의 정당성은 확보된다.

2021년 한국사회는 어느 시대보다 청년의 삶이 힘들고,미래도 그리 밝은 것도 아니다.그 책임은 단연코 기성세대에게 있다.그래서 청년세대의 기성세대를 향한 비판은 당연하다.86세대가 청년세대에게 고하는 “라떼는 말이야”는 여기까지다.청년세대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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