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북한 병사들이 초소에서 어울려 친구가 됨으로써 이전의 분단영화와는 다른 결로 충격을 던지며 화제에 올랐다.

지난 2000년 개봉돼 9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호평 속에 굵직한 수상을 거머쥔 것은 물론 학계에서는 20년 동안 끊이지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의의와 가치를 규명한 연구문이 제법 발표됐다.2019년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남북미 정상 문재인·김정은·트럼프가 고착된 ‘선’을 가볍게 넘나들면서 평화 협정 프로세스의 첫 단추를 채울 때도 강력하게 오버랩됐다.

조인묵 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장(양구군수)은 강원연구원의 근간 정책지에서 공동경비구역에 준하는 ‘공동경작구역’을 제안했다.급격한 기후변화로 사과,인삼 등의 주요작물 재배지가 북상하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휴전선으로 가로막힌 현실에 따른 작물 재배의 한계시점이 다가오고있다며 남북공동경작구역을 설정해 재배와 수확 판매 등에 대해 협력할 것을 논의안건으로 제시했다.

김용빈 철원농민회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경원선옛길과 남방한계선이 보이는 철원 평화의 논에서 모내기를 하며 남북공동경작특구를 열망했다.남북한을 가로지르는 드넓은 평야를 마주하며 오대미를 생산해온 접경지 농업인들의 사회경제적 동기와 현실적 바람이 상상의 나라에서 걸어 나와 한걸음 땅으로 내디딜 수 있는 정책적 전환은 여전히 불가능한 것일까.

‘공동경비구역 JSA’ 개봉 당시 일각에서 ‘북한군을 너무 우습게 본다’며 크게 질타했으나 이후 ‘의형제’(장훈·2010) ‘공작’(윤종빈·2018)으로 이어지며 남북인식에 대한 시민의 변화,발전을 반영한 서막작으로 자리잡았다.JSA의 안전(Security) 대신 재배(Cultivation)를 대체하고 만남(Joint)과 구역(Area)이 조합된 ‘공동경작구역 JCA’는 1998년 금강산관광과 2004년 개성공단 준공에 이어 평화협정으로 가는 새로운 서막의 지점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박미현 논설실장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