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사람과 문화의 교류를 의미한다
새로운 길로 들어오는 타 지역 문화에
삼척 문화 잠식되지 않도록 힘 모아야

▲ 구정민 삼척주재 취재부장
▲ 구정민 삼척주재 취재부장

‘교통 오지’ 삼척이 변하고 있다.이달이면 삼척∼강릉간 동해선 고속화개량사업이 확정·고시되고,경기 평택∼삼척간 동서고속도로 개통 여부가 담길 ‘제2차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2021∼2025년)이 발표된다.특히 동서고속도로는 이번에야 말로 국가 계획에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 고무적이다.

삼척을 포함한 강원 남부권은 석탄산업을 발판으로 대한민국 근대화에 앞장섰지만 고속도로 등 국가 차원의 SOC 분야 만큼은 철저히 소외됐다.정부는 지난 1997년 착공한 경기 평택∼삼척 고속도로를 18년만인 2015년 평택∼제천 구간(127.3㎞)만 연결했다.그러던 중 공사 착공 23년만에 제천∼영월 고속도로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됐고 이제 영월∼삼척 고속도로가 국가 계획 반영을 목전에 두고 있다.

동해안을 남북으로 잇는 동해선 고속화개량사업도 지난 4월 ‘제4차 국가철도구축계획’에 담기면서 삼척은 ‘교통오지’에서 단숨에 ‘교통 요충지’로 도약하게 됐다.

사통팔달 열린 길을 통해 사람들이 물밀 듯 들어오게 될 것이고,이로인한 변화는 감히 상상조차 힘들다.길은 사람과 문화의 교류를 의미한다.그동안 동서고속도로 등 SOC 확충에 모든 역량을 모았다면 앞으로는 지역 내 문화역량을 키우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요즘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내고 삼척의 것과 융합시킬 수 있는 젊은 문화인재를 양성하지 않는다면 새로 열린 길을 통해 들어오는 타 지역 문화에 우리 문화가 잠식될 수 밖에 없다.여기에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하는 기존 관광산업에 문화와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영화 ‘반지의 제왕’ 주 촬영지인 뉴질랜드만 보더라도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반지의 제왕’이라는 스토리가 더해졌을 뿐인데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드넓은 자연환경 속에서 영화 ‘반지의 제왕’의 한 장면을 상상하기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열악한 동해안 도시들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디즈니랜드’ 등과 같은 대규모 관광·놀이시설을 갖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그러니 ‘디즈니랜드’와 결코 견줄 수 없는 뛰어난 자연환경에 문화와 스토리를 입히고 이를 통해 관광객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또 케케묵은 감정을 앞세운 지역간 반목도 이제는 풀어야 한다.새로 열린 길을 통해 외지인들이 들어오는데 우리끼리 뭉치지 않는다면 기껏 힘들게 열어놓은 길의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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