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도교육청 ‘강원교육 비전 2030’
지식 암기 벗어난 토론·논술 교육
‘바깔로레아형 탐구 수업’ 제안
잠재력 극대화·성장 돕는 평가
유-초-중-고 복합단지 조성 등
지방소멸 위기 극복 해법 제시

▲ 강원도교육청은 최근 맞춤형 개별화 교육을 위한 ‘강원교육 비전2030’ 초안을 발표하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강원도내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 강원도교육청은 최근 맞춤형 개별화 교육을 위한 ‘강원교육 비전2030’ 초안을 발표하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강원도내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2030년,초등 4학년인 석근이는 읽기와 수학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담임선생님이 계속 방과후 지도를 했지만 저학년 때부터 쌓인 학습결손 누적이 만만치 않다.교사,학부모,학생이 모여 인공지능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함께 개별화 교육계획을 세웠다.수학 시간에 따로 기초학력 전담 교사가 기초 수 개념을 지도하고,방과후에는 학습지원 인력이 읽기 유창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주 3회 지도하기로 했다.

중3인 지애는 사회 시간에 임금,물가,실업 등에 대한 핵심 개념을 배웠다.다음 시간에는 ‘최저임금 인상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조사해 친구들에게 설명하고,논술 평가도 봤다.선생님이 논리가 탄탄하다며 좀 더 읽어볼만한 책을 추천해 주셨다.평가에 정답은 없지만 지애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지애는 시내에 있는 청소년자치배움터에서 영어 동아리 활동을 한다.친구들끼리 조를 짜서 신청했더니 원어민 선생님이 지도 강사로 배정됐다.요즘엔 진로 고민이 많다.고교학점제가 도입된 이후 진로 목표에 기반한 저마다의 시간표를 짜야 하기 때문이다.지애는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 1년간 전환학년 프로그램에 참여해 국제NGO 활동 프로젝트를 하며 자신의 진로를 좀 더 다듬어볼까 생각 중이다.

▲ 강원교육 비전2030의 핵심은 고등사고능력 향상이다.분절적 교과와 지엽적인 지식 암기에서 벗어나 통합적 사고가 가능한 학생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체험형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도내 학생들의 모습.
▲ 강원교육 비전2030의 핵심은 고등사고능력 향상이다.분절적 교과와 지엽적인 지식 암기에서 벗어나 통합적 사고가 가능한 학생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체험형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도내 학생들의 모습.

■주제통합·프로젝트로 고등사고력 키우고 성장 돕는 평가로 맞춤형 개별화 교육

위 이야기는 강원도교육청이 7월 6일 발표한 ‘강원교육 비전2030’ 초안에 나온 내용을 재구성한 가상 소설이다.비전2030에는 △살아갈 힘을 키우는 기초시민교육△꿈을 찾아 도전하는 고교교육△더 넓고 깊게 배우는 마을교육공동체△미래지향적 교원 인사제도△자율과 책임의 학교자치△미래형 교육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상상도와 추진 과제들이 제시돼 있다.올해 연말까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 비전을 선포한다는 계획이다.

비전2030 추진단이 제안하는 과제 중 하나는 ‘바깔로레아형 주제탐구 수업’이다.국제 바깔로레아(IB)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토론·논술 교육처럼,분절적 교과와 지엽적 지식 암기에 머물지 말자는 것.이 제안에 따르면 학생들은 일상적으로 세계가 연결된 통합 주제에 대해 탐구와 토론을 펼치고,복수의 관점이 있는 지적인 질문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고등사고능력을 키워간다.

평가의 개념도 바뀐다.성취도를 매기는 1회성 평가가 아니라,충분한 피드백과 재도전 기회를 주면서 모든 학생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성장을 돕는 평가’를 한다는 것.도교육청 강삼영 기획조정관은 “인구 절벽이 현실화된 사회에서 모든 아이들을 소중하게 대하며 잠재력을 극대화시켜주자는 의미”라며 “교육의 큰 방향은 맞춤형 개별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소멸 위기 앞에 교육력 지켜내는 과제,교육복지·학교자치 등 구체적 해법 찾아야

지방소멸 위기 또한 교육계에 큰 숙제를 주고 있다.양기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5월 기준으로 지역별 인구소멸지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강원도 18개 시·군 가운데 소멸위험 지역에 포함되는 곳은 15곳이다.춘천,원주,속초 빼고 모두 해당된다.학생수는 2016년 19만3373명에서 2020년 16만6743명으로 눈에 띄게 줄고 있다.반면 조손·다문화가정 자녀 등은 늘고 있다.

도교육청은 △도서관,체육시설,돌봄·방과후센터 등과 유-초-중-고교가 함께 모여있는 캠퍼스형 복합단지 조성 △유·초,초·중,중·고 연계 통합학교 운영△인근 학교끼리 공동 교육과정 운영 등 다양한 의견을 논의 중이다.추진단에 참가한 박대훈 섬강중 교감은 “지역 인구 감소가 교육력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지역 특성에 맞게 우수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기후위기와 신냉전 등 세계적 이슈에 대한 실천적 고민,모든 학생을 포괄하는 교육복지 안전망,실질적인 학교자치 구현 방안들도 비전추진단이 고민하는 주제들이다.이준희 강원도교육연구원 정책연구팀장은 “학생들을 지성·감성·시민성을 두루 갖춘 능동적 시민으로 키워내는 것이 미래교육의 중요한 목표다.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비판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협력해 공공선을 만들어 가는 시민상을 강원교육의 미래 비전과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와 글로벌 기업들의 미래교육 조언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는 저서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것의 90%는 30년 뒤 쓸모가 없다”고 단언했다.급격히 바뀌는 사회 변화 속에서도 유용할 교육적 가치는 무엇인지,강원도 아이들은 다가올 미래를 위해 학교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단법인 ‘교육의봄’은 2020년 1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국내외 기업과 공공기관의 채용 방식을 분석한 결과 학벌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채용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송인수 교육의봄 대표는 “기업에서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과거에는 대학 간판이었는데 이제는 공감 능력,자립심,문제해결력 같은 역량으로 바뀌었다.스펙이 아니라 역량이다.변화의 추세와 실상을 바로 알고 새로운 교육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쟁의 상징이었던 상대평가 제도 역시 기업을 중심으로 속속 폐지되고 있다.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제너럴일렉트릭(GE) 등 다수의 다국적 기업들은 직원의 등급 나누고 줄 세우기하며 성과를 평가했던 상대평가를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지했다.포스코경영연구원이 2016년 11월에 발표한 ‘변화와 혁신의 시기, 절대평가가 부상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이슈리포트는 “1980년대에는 기업들이 경쟁과 차별에 초점을 두고 조직을 운영했으나 2000년대 이후 협력,창의,자율,소통 등이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가영 outgoi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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