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석 속초주재 차장
▲ 박주석 속초주재 차장

불과 2년전인 2019년 여름이 그리운 시기다.시원한 곳을 찾아가고 싶으면 언제,어디든 갈 수 있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은 몇명이든 만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또 마음에 여유도 있었다.당시 속초로 몰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곳곳에서 교통 혼잡이 벌어져도 “관광객들이 많이 와야 관광과 숙박업에 종사하는 내 가족과 이웃에게 도움이 된다”며 대한민국 제1의 관광도시에 사는 주민다운 넓은 아량으로 이들을 반기고 배려했다.

그러나 더이상 이들이 반갑지만은 않다. 오히려 몰려드는 관광객은 지역 주민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4차 대유행에 들어가면서 지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12일부터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단계인 4단계가 시행되고 여름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지역사회 전파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속초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드문드문 발생하다가 수도권 거리두기 강화 후 이튿날인 13일부터 매일 1∼5명의 확진자가 발생, 20일까지 총 2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중 일부는 지역 주민간 감염도 있지만 대부분 타지역 확진자와의 접촉으로 감염됐다. 이대로라면 피서철이 끝나는 내달까지 지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근 지역인 강릉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강릉은 지난 17일 역대 일일 최다인 3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날인 16일에는 21명이 나오는 등 연일 두자리가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결국 강릉시는 지난 19일 사회적거리두기를 최고단계인 4단계로 격상했다.

악착같이 지켜오던 둑이 무너진 느낌이다. 수그러들었나 싶었던 코로나 공세가 피서철 들어 관광객과 같이 밀려오는 듯하다.

그동안 관광객이 몰려드는 주말이면 외출을 삼가면서 스스로 방역수칙을 준수해왔던 주민들이 느끼는 정신적 피로감과 허탈함은 극심하다. 날도 더워지면서 “애꿎은 지역 주민의 희생을 강요한다”며 ‘강제 집콕’ 신세에 대한 불멘 소리까지 나온다.더욱 큰 문제는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때문인지 최근 ‘타 지역에서 온 관광객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내건 주점이 등장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관광도시로서 몰려오는 관광객들을 막을 수 없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그러나 이면으로는 잠시나마 갑갑한 ‘집콕’ 신세를 벗어나 마음 편히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여유 공간’을 찾는 지역 주민도 많다”는 주점 주인의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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