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형연 기본소득국민운동 강원본부 사무국장
▲ 조형연 기본소득국민운동 강원본부 사무국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지난 22일 기본소득과 관련된 공약을 내놨다.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간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는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취임 이듬해인 2023년부터 25만원씩 1회로 시작해 임기 내에 4회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공약이 실현되면 해마다 1인당 100만원(4인 가구 400만원) 정도의 소멸성 지역화폐를 받게 된다. 청년 700만명은 보편 기본소득 외에도 연 10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보편 기본소득과 청년 기본소득을 합해 청년들은 11년간 총 2200만원의 기본소득을 받게 된다. 재원은 자연증가분과 재정구조 개혁, 세원관리 강화, 조세감면분의 순차적 축소를 통해 마련한다. 나아가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등도 도입된다.

기본소득은 지난해 말부터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이재명 후보 혼자만이 외롭게 기본소득을 주장했고 야권은 물론 여권의 다른 후보들까지 가세해 일제히 기본소득을 공격했다. 그러나 10개월여가 흐른 지금, 기본소득은 17곳의 광역 시도본부와 4곳의 특별본부, 57곳의 지역본부 등 81곳의 본부를 탄생시키며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과거 사회보장제도를 처음 시행할 때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조금이라도 덜 분배해주려는 자본과 일한 만큼 돌려받기를 원하는 노동의 치열한 전쟁의 결과물이 바로 사회보장이다. 사회보장은 많이 버는 사람이 돈을 내고 그 혜택을 적게 버는 사람에게 돌려주는 간접 분배 방식이다. 하지만 사회보장제도는 한계가 명확했다. 자본이 몸집을 불리는 속도를 분배 기능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빈부의 격차는 더 커졌다. 자본은 사회보장에 필요한 재원을 부담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포장됐다. 새로운 분배정책도 원치 않는다. 조금만 떼어주면 사회보장정책 뒤에 숨어 배를 불리기 딱 좋은 환경을 수년간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회보장은 처음의 취지와는 달리 자본의 생색내기 수단으로 전락했다.

자본의 이득을 분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고용이다. 자본은 사람들을 고용해 얻은 이익을 급여라는 이름으로 분배하면서 이익과 분배의 비율을 조정해 왔다. 그러나 데이터 산업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기를 맞아 이익과 분배의 비율이 급격히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급여로 분배하는 양보다 자본의 이익이 훨씬 커진 것이다. 구글과 아마존 등 세계의 대표 데이터 기업들과 비슷한 고용 규모를 보이는 제조 기업의 이익을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노동자의 수는 비슷하지만 데이터 기업의 매출과 수익은 몇 곱절이나 높다. 제조업 역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기계화한다.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라면 구조조정, 노동시장 유연화, 노동의 탄력적 운용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노동자를 쥐어짠다. 고용이 줄어들면 분배의 총량은 더욱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부의 무게추는 한쪽으로 기운다. 이러한 쏠림은 빈부의 격차를 더욱 크게 만든다.

이처럼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줄어들고 사회보장의 분배 기능은 약화됐다. 즉 현대사회의 분배는 시간이 갈수록 ‘불공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본소득은 분배의 불공정성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이다. 사회보장과 임금을 통한 분배는 유통기한이 다했다. 새로운 경제환경에 맞는 새로운 분배정책, 기본소득은 분명 시대의 요구다.

지난 1894년, 우리 선조들은 거대 자본에 저항해 동학농민운동을 일으켰다. 그 시대에는 분명 동학농민운동이 시대의 요구였다. 지주와 소작이라는 갈등 구조가 자본과 노동으로 바뀌었을 뿐, 그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분배정의를 실현하는 일은 국가를 유지하고 구성원들의 갈등을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핵심적인 정책이다. 이제는 수명을 다한 분배정책을 과감히 교체해야 한다. 기본소득은 공정한 분배를 가능케 하는 새로운 정책이 될 수 있다. 130년 전, 공정하게 나눠달라는 동학농민의 정신이 기본소득이고 기본소득이 바로 현대를 살아가는 민초들의 요구다.

본 기고는 기본소득제 도입 찬성 입장에서 보내온 글입니다. 다른 입장의 반박 기고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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