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서 자라고 있는 두 그루 나무

두 나무 사이에 줄을 걸었지

줄을 튕겼더니 푸른 바람 소리가 나는 거야

가끔 새들이 찾아와 줄 위에 앉아 노래를 불렀지

구름이 덮인 하늘을 줄에 널었어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도 널고

셀로판지처럼 반짝거리는 햇살도 널었지

봐, 그늘에 색깔이 생겼어

어, 그늘이 출렁거리네

하늘 높이 떠오르기도 하고

난 이제 그늘한테 잡아먹히지 않을 거야

병아리처럼 삐약거리며 뛰어다닐 테야

이게 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줄을 걸었기 때문이지

그늘 사이에 길을 놓아서 그런 거지



김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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