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원호 금융감독원 강릉지원장
▲ 구원호 금융감독원 강릉지원장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중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유명한 희극이 있다. 주인공 ‘샤일록’은 냉혈한 고리대금 업자로 평소 턱없이 높은 이자 장사를 하는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안토니오’에게 앙심을 품고 있다. 그러던 차에 마침 그가 돈을 구하러 오자 못 갚으면 살 1파운드를 떼어낸다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준다.‘안토니오’는 돈을 못 갚게 되어 목숨이 경각에 처하지만 결국 재판관이 “계약대로 살은 떼어가되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 피를 흘리면 계약 위반으로 재산을 몰수할 것이다”라는 현명한 판결을 한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구한다는 이야기다.

옛날부터 샤일록과 같은 고리대금업자와 거래하는 것은 목숨을 내다 맡기는 것만큼 위험하고 괴로운 일이 수반되는 일이어서 이처럼 이야깃거리가 되어 전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들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는 “급전이 필요해 광고전단을 보고 대출업자를 만나 울며 겨자먹기로 대출금 100만원에서 선이자 3만원을 떼고 97만원을 받아 일주일 후에 140만 원을 상환했다”는 등의 사례들이 많이 접수되고 있다. 이 사례의 경우 실제 이자율은 무려 연 2311%에 달한다. 이 정도면 ‘현대판 베니스의 상인’이라 할 만하다. 작년 한해만 금감원에 접수된 이와 비슷한 고금리 대출피해 상담건수는 1219건에 달했는데 이는 그 전 해의 569건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다행히 지난 7월 7일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종전 연 24%에서 20%로 인하됐다. 앞으로 신규 또는 갱신되는 대출은 금리가 연 20%를 초과하면 예외없이 모두 불법이 된다. 이에 따라 매년 연간 총 4830억원 정도의 이자부담이 줄어들면서 약 208만 명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 조치와 관련하여 범정부 차원의 불법 고금리대출에 대한 단속도 대폭 강화되고 있다. 최고금리를 위반하면 대출업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최고금리 초과분은 법상 무효이므로 채무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혹시 불법 사금융 피해를 봤다면 경찰이나 금감원에 신고하시기 바란다. 또 최고금리 위반에 대한 반환 청구가 필요하거나, 불법 추심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비용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정부의 ‘채무자대리인 및 소송변호사 무료지원 사업’도 이용할 수 있다.

금감원 전화(1332)나 홈페이지, 대한법률구조공단(132)으로 신청 가능하다. 고금리 대출로 고통받는 ‘안토니오’를 닮은 우리 주변 이웃들의 시름이 하루 빨리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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