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성호 강원국제트리엔날레 2021 예술감독
3년차 행사 주제 ‘따스한 재생’
생태·인간·기술 3개 키워드
큐레이션별 전시 공간 활용
평화·자연에 대한 소망 제시
“일상 속 기술과 예술 개념 고찰”

▲ 김성호  예술감독이 포스터를 배경으로 올해  예술제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 김성호 예술감독이 포스터를 배경으로 올해 예술제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강원국제트리엔날레가 6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강원도 전역의 예술공원화를 목표로 2019년 홍천에서 시작된 행사를 끝맺는 자리다.어두웠던 과거,희망을 만들어가는 현재를 이야기한 예술제는 이제 미래를 향한 질문을 던진다.9월 30일 개막하는 강원국제트리엔날레를 준비하기 위해 또 다시 홍천이 분주해졌다.2일 홍천군청,홍천 해밀학교,강원문화재단도 상호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홍천의 국제예술제 준비 현장에서 김성호 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1 예술감독을 만났다.

김성호 예술감독이 정한 올해 행사 주제는 ‘따스한 재생’이다.‘따스하다’는 비대면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깊어지는 접촉에 대한 갈망을,‘재생’에는 각종 질병과 온난화 등 전지구적인 위기상황에서 절실해진 회복의 의미를 담았다.

이로써 3년간 진행된 예술제의 큰 그림이 완성됐다.2019년 강원작가전이 전쟁과 폭력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면 2년차 강원키즈트리엔날레는 평화와 자연에 대한 소망을 제시했다.이를 마무리하는 강원국제트리엔날레는 앞서 제기한 문제와 희망에 대한 대안을 보다 깊게 생각하는 자리다.

김성호 감독은 “사람의 얼굴은 영혼이 마주하는 인터페이스인데 마스크로 정체성의 반이 가려져 아쉬운 시기”라며 “마스크를 벗고 따뜻하게 마주하는 날을 소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이어 “지구가 마주한 생태계 위기 속에서 아름다운 이전 세계로의 복원을 갈망한다는 의미도 있다”며 “어느 특정 시기로의 회복이나 복구가 아니라 회복가능한 가장 이상적인 현실이 무엇인지 살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최근 인류세(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환경이 급변한 지질시대)라는 말이 등장했는데 포스트팬데믹과 함께 인간의 반성과 성찰이 당위성을 갖는 시대”라며 “이같은 개념들을 담은만큼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하고 자연스럽게 질문과 대답을 공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성호 감독은 이번 행사 키워드로 ‘생태’,‘일상’,‘기술’ 세 가지를 정했다.예술제 행사 공간도 이들 키워드에 따라 활용될 예정이다.옛 탄약정비공장은 기술로 출발한 공장인 만큼 기술을 중심으로 한 공간으로 꾸미고 옛 와동분교는 생태 중심의 공간으로 에코아트 작품들을 모은다.홍천미술관에서는 일상을 되돌아본다.

이중 ‘재생’이라는 키워드와 가장 맞닿은 곳은 탄약정비공장이다.공장 내 망가진 컨베이어벨트를 수리해 되살리고 작품과 접목시킨다.공장 뒤편에 방치됐던 집진기는 오브제로 활용,용도 폐기된 옛 물건과 건물이 예술로 새롭게 탄생한다.이렇게 꾸민 공장 안팎은 미디어나 AI,모바일 등을 활용하는 미디어아트 장르와 키네틱아트 작품으로 채울 예정이다.

옛 와동분교는 지난해와 다른 색다른 모습으로 연출된다.운동장에 연못이 생기고 새로운 건물도 들어선다.낯선 경험을 주는 색다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다.또 운동장 옆 부지에 비닐하우스 4 동을 짓고 ‘생태’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홍천미술관에서는 ‘인간’에 집중한다.일상의 예술을 아카이브,실제 아파트를 전문 예술가 작품으로 꾸민 공간을 볼 수 있다.거실,주방,침실 등 일상을 주제로 한 테마 작품들로 채워지는데 각국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만큼 다양한 국가의 가족문화도 살펴볼 수 있다.

이밖에 ‘강원도민 생활유물 공모전’을 통해 수집한 유물들을 선보이는 아카이브전 등이 마련된다.개최장소에 새로 추가된 홍천중앙시장은 퍼포먼스 등 무형 콘텐츠 위주로 꾸며질 예정이다.

김성호 감독은 “준비기간이 짧았지만 이달 말 설치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부녀회 등 홍천지역 주민과의 협업이나 강원도 특산품을 활용한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예술’의 어원 가운데 가장 오래된 단어인 고대 그리스어의 ‘테크네(Techne)’를 언급했다.김 감독은 “고대의 예술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인공적인 쓰임새를 갖고 있는 것이다.쓰임새가 없는 것을 순수미술로 받아들이는 오늘날과 반대”라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쓰임새와 기술,오늘날 예술의 의미 그리고 인간까지 더한 ‘테크네’의 개념을 회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한승미 singme@kado.net


◇ 프로필
△중앙대 서양화과·동대 예술대학원 예술학 전공·파리1대학교 미학예술학(미학 전공) 박사△미술세계 편집장△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 총감독△다카르비엔날레 한국 특별전 예술감독△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저서 현대미술의 시공간과 존재의 미학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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