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석 동해시의원
최재석 동해시의원

‘GS전력 석탄반입 저지한다! 3단계 화물터미널 찾아내자!’

국제개항장인 동해항 외벽에 펼침막이 나붙었다. GS글로벌 컨소시엄이 동해항 3단계 확장공사와 병행하기로 했던 석탄부두 건설을 포기한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석탄부두의 외항 이전은 당연한 일로 여겼기에 지역사회가 받은 충격은 더 크다.

동해시는 ‘북방교역의 전진기지’, ‘환태평양시대의 중심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이런 목표를 설정한 것은 국제개항장 동해항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창한 구호 뒤에 묻혀있는 주민들의 일상은 활력이 넘치는 국제도시와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다.

생각해 보라. 자고 나면 방바닥에 새까만 흙먼지가 쌓이고,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의 소음과 시도 때도 없이 집이 흔들린다면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할까. 더욱이 40년 이상 이런 일들을 겪고 있는데도 대책이 없다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국제개항장 동해항을 안고 사는 시민들의 불만이 임계점에 다다랐다. 동해항은 굴입식 항만이다. 다른 항만과는 달리 농경지인 육지를 파내고 건설하다 보니 부두와 주택가가 맞붙어 있다. 더욱이 취급화물의 90% 이상이 시멘트와 석탄, 수입 광물과 같은 먼지를 날리는 화물이다.바람이라도 불면 항만에서 발생하는 먼지가 고스란히 주택가로 날아들 수 밖에 없다.

연간 300만t의 유연탄을 들여오는 GS글로벌 컨소시엄이 3단계 확장공사에 맞춰 민자 석탄부두를 건설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현실과 맞닿아 있다. 민자 부두 건설은 약속했던 GS글로벌 컨소시엄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탈탄소 정책이 국제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같은 조건인데 발전소와 전용 항만을 동시에 건설하고 있는 삼척의 포스파워와 강릉의 에코파워의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동해항이 안고 있는 문제는 석탄부두 이전만이 아니다. 내항에서는 경상북도 석포에 아연제련소가 있는 영풍이 아연정광석을, DB그룹의 DB메탈은 망간괴를 하역하고 있다. 중금속인 아연정광석과 망간괴는 토양 오염은 물론 인체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미 아연정광석 창고 주변의 농경지가 심각하게 오염돼 토양을 걷어내고 새 흙으로 채우는 홍역을 치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외항으로 하역부두를 옮기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외항을 확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 기회에 내항 광물 하역작업의 폐해도 공론의 장에 올려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일관성 없는 정부의 항만정책도 되짚어 봐야 한다.

정부는 포항에 영일만항을 건설하면서 컨테이너부두를 제외한 전 선석을 국비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동해항 3단계 사업은 7개 선석 가운데 2개만 국비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시민들은 같은 국가관리 항만인데 왜 이렇게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지 묻고 있다. 글로벌 투자환경이 변했다면 당연히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동해시민은 동해항이 명실상부한 북방교역의 전진기지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3단계 외항 확장공사가 이런 청사진을 앞당기기 위한 것이라면 문제가 불거진 지금이야 말로 정부는 물론 자치단체와 해당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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