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화관 사층

수술대 위의 언어들

형용사가 수술을 받는다

동사도 아픈 지 말을 더듬고

돼지 꼬리에 시퍼렇게 멍든 비문들



형태만 그럴싸하게 맥을 이어가는데

저 건너 봉의산의 노송들은

단풍 물든 책갈피를 펼쳐 보이며

소설을 쓰고 있다



첨탑은 산꼭대기보다 더 높이 올라

축 늘어진 전선들을 깨우고

졸음을 털어낸 문장들을

번개나 천둥 속에서 불러오는데



시름시름 앓던 문장들이

마취에서 깨어나

수술대 위에서

벌건 햇덩이를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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