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혁 홍천주재  취재국장
권재혁 홍천주재  취재국장

여권의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가 정치적 논쟁에 휘말려 자진사퇴로 일단락 됐다. 이 문제를 꺼낸 것은 황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인선을 두둔하거나 반대하는 등 정치적 논쟁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맛집여행이 관광의 한 분야가 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맛집투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TV와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있는 분야가 먹는방송이다. 홍천의 대표적 유튜브인 산적TV밥굽남 팔로워 수는 100만명이 넘었다. 음식이 대표적 관광트렌드가 되어버렸다.

코로나19 시대 사회적 거리두기로 관광트렌드는 명승지 여행보다 맛집여행으로 변하고 있다. 가족, 친구, 연인끼리 맛집여행으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래서 맛집이 브랜드가 되는 세상이 됐다.맛집은 식당만이 아니라 카페, 빵집, 수제맥주 전문점 등을 포함한다. 홍천에도 아무도 살지 않을 것같은 산속에 맛집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런 곳에 손님이 있을까 의심하고 내부로 들어가면 많은 손님에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유명맛집까지 가는 과정이 즐거운 여행이다. 예전에는 명승지를 보려고 식당을 찾았지만 이제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여행한다. 소중한 사람과 맛있는 식사를 할 때 최고의 행복을 느낀다.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는 맛보다는 유명맛집을 갔다온 경험을 더 중요시한다. 유명맛집 방문자가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은후 SNS에 올려 새로운 소비자를 만든다. 맛집여행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끼니가 아니다. 생명연장의 의미를 넘어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지역마다 유명맛집 앞에서 몇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유명맛집은 지역을 먹여 살린다. 지역 농산물로 요리하고, 지역주민을 채용하는등 지역경기와 연동된다. 기업을 유치해도 예년처럼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는 낙수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최근 현실에서 유명맛집은 일정부분 기업역할도 담당한다. 그렇다고 기업유치를 폄하하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다만 코로나19시대 지역상권·동네상권이 온라인몰 등으로 끝없이 침체를 겪고, 일부 기업은 유치해도 지역주민들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유명맛집은 지역경기의 중요한 주체라는 의미이다.

홍천에서 막국수를 배운 경기도 한 식당은 메뉴 하나로 매년 30여만명이 방문하는 유명맛집이 됐다. 한그릇의 막국수를 먹기위해 전국에서 방문자가 이어지다 보니 주변 지역은 관광지가 됐다. 한산했던 외진마을이 몇 년 사이 수십만명이 방문해 농산물은 물론이고 다른 상품까지 생겨나 팔리고 있다. 또 닭갈비·막국수를 맛보기 위해 수많은 수도권 관광객들이 춘천을 방문하고, 강릉의 유명 커피전문점은 전국 최고의 브랜드가 됐다. 홍천의 유명맛집인 양지말 화로구이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대표적인 관광상품이다. 양지말 화로구이 주변에는 지역농산물 판매장이 있다. 홍천 사랑말 한우도 명품브랜드가 됐다.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에서 “유명 빵집인 성심당은 대전의 문화”라고 했다. 모교수는 “성심당은 외지에 매점이 없고, 대전 4곳에만 운영하고, 지역직원·소비자·협력업체 등 지역산업 생태계를 구성하고, 전국의 소비자를 대전으로 유도하고 있다”라고 했다.

홍천지역에 유명맛집과 스타상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홍천군은 2024년까지 으뜸맛집 100곳을 선정,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중에 연간 수십만명이 방문해 주변이 관광지가 되는 유명맛집이 탄생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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