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물지 않은 돌배같은 정치꾼들 난무

나뭇잎 무성한 숲에서 소나기를 맞아보셨는지요. 세찬 빗줄기가 사선으로 꽂히며 지축을 흔들고, 수억만개의 빗방울이 천둥소리를 내며 고막을 찌릅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낮게 엎드려 삶의 끈을 부여잡지요.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듭니다. “이 깊은 산중에 왜 홀로 들어와서…”. 그러나 이미 늦었습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이때부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단순명료해지지요.오로지 안전 귀가! 아무리 귀한 약초와 버섯을 만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올해도 어김없이 산중에서 비를 만났습니다. 산에 대한 욕망과 욕심이 빚은 결과입니다. 다행히 큰 참사(?)는 없었지만 하산하면서 습관처럼 푸시킨의 시 한편을 읊었지요.‘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슬픔을 딛고 일어서면/기쁨의 날이 오리니//마음은 항상 미래를 지향하고/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하염없이 사라지는 모든 것이여/한번 지나가 버리면 그리움으로 남는 것’. 입안에서 시를 굴리다 우연처럼 ‘돌배’를 만났습니다. 비바람에 시달리다 떨어진, 그러나 내겐 희망과 기쁨!

덜 익은 돌배는 말 그대로 돌덩어리입니다. 이빨이 깨질 정도의 단단함과 입안의 수분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떫은 맛! 이뿐만이 아닙니다. 숙성한 돌배는 단맛 뒤에 도사린 강렬한 신맛으로 온몸을 오그라들게 합니다. 이런 돌배가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가 뭘까요. 감춰진 비밀은 2차 숙성과정에서 풀립니다. 술과 차와 효소! 돌배와 생강을 첨가해 만든 전통 소주와 돌배 담금주, 효소를 음미하는 건 흔치 않은 호사입니다. 그윽한 풍미는 물론이고 아스파라긴산과 칼슘, 인, 단백질이 풍부해 숙취 해소와 혈관, 폐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데 효과가 좋습니다.

요즘 정치판 어떤가요. 도처에 떫고 신 돌배 맛이 흥건합니다. 거칠고 우악스럽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난무하며 서로에 대한 경계의 벽이 높고 단단해집니다. 덜 익은 돌배가 그렇듯 여물지 않은 정치꾼들이 자초한 현상. 그들을 감별해야 하는 유권자만 고통스럽습니다. 숙성된 돌배에서는 선비와 예인의 품격이 우러납니다. 잠깐이라도 그 향기에 취하고 싶은 계절. 가을이 익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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