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화백 손자, 박진흥 개인전25일까지 서울 갤러리 자작나무
돌담·목련 심상 속 그리움 표현
웅크린 자아·조부 뒷모습 눈길

▲ 박진흥 작,‘쉼-보고싶은 할아버지’.
▲ 박진흥 작,‘쉼-보고싶은 할아버지’.


목련과 돌담에 그리움이 앉았다.

양구 미석예술인촌에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진흥 작가의 열 번째 개인전이 오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자작나무에서 열린다.

박진흥 작가는 인간소외에 대한 자발적 물음과 해답을 ‘명상’과 ‘쉼’에서 찾고 이를 일상의 경험으로 투영하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쉼_겨울,그리고 그리움의 초점’을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 주제는 그리움이다.그 대상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할아버지다.작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통해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의 근원을 표현한다.할아버지의 뒷모습을 그린 연작과 ‘목련’ 연작 등 20점이 전시된다.

그가 그린 ‘할아버지’는 흰 머리에 푸근한 옷차림을 한,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조부의 이미지와는 차이가 있다.하지만 긴 코트 정장에 반듯한 머리를 한 뒷모습이 묘한 기시감을 전한다.이는 함께 그려진 돌담과 어우러지면서 그가 누구인지 짐작하게 한다.

박진흥 화가는 박수근 화백의 친손자다.아버지인 박성남 화가에 이어 3대가 화업을 잇고 있다.
▲ 박진흥 작,‘쉼-목련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5’
▲ 박진흥 작,‘쉼-목련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5’
▲ 박진흥 작,‘쉼-겨울,그리움의 초점 2’
▲ 박진흥 작,‘쉼-겨울,그리움의 초점 2’

이같은 사실을 알고 다시 작품을 보면 할아버지 ‘박수근’을 향한 그리움이 더욱 강조된다.목련 연작은 ‘목련’(1960) 작품을 남길 정도로 목련꽃을 좋아했던 할아버지를 연상시킨다.또 ‘뒷모습’ 연작에서는 그리움과 함께 국민화가라는 할아버지의 명성에 따른 중압감이 전해진다.

특히 돌담 사이나 아래 위로 그려진 사람의 형상이 눈길을 끈다.박 작가 작품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미지로 작가의 ‘자아’를 표현하는 형상이다.그림 속 담벼락에 곳곳에 웅크리듯 기대어 있어 전시 타이틀처럼 ‘쉼’과 ‘그리움’의 심상을 함께 전한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박수근 화백이 모두 뒷모습인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평했다.홍 평론가는 “기억에 없어서이기도 하겠으나 무심하나 강렬한 존재로서의 위치로 방점을 두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뒷모습은 모든 것이 드러나는 앞모습과 달리 막연한 기대감과 불안감,범접할 수 없는 영역을 내포하고 있다”며 “뒷모습을 통해 자신의 고독한 자아와 시선의 무게까지 투사시켰다”고 덧붙였다.

박진흥 작가는 인도 델리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호주 웨스턴시드니대 대학원에서 서양화 석사과정을 졸업했다.인도와 호주를 오가며 작품활동을 펼쳤으며 2018년 박수근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도 활동했다.

한승미 singme@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